[책의 향기]나의 치매 할머니, 유튜브에선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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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도와 치매 할머니를 돌보던 손녀는 어느 날 할머니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다.
삼대의 화목한 모습과 따뜻한 스토리에 구독자들은 사랑이 가득한 가족이라거나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온 사람들 같다고 부러워하지만, 글을 읽어 보면 실상 그 이면에는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풀지 못한 응어리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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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간병이 너무 힘들어 펑펑 울고, 억울함과 갑갑함을 느꼈던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나 가능하겠다’란 생각은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실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윽고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손녀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할머니를 기록하기로 한 것이었다.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할머니가 카메라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며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살라고 한마디 건네는 모습을 보며 손녀는 깨달았다. 강인했던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도 나빠지면서 점점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해 외로움과 고립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억하고 싶은 할머니를 영상에 담기로 하고 매주 고민하자, 삼대의 일상은 불안과 걱정에서 애정과 칭찬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책은 14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는 유튜버 ‘롱롱TV’가 어떻게 할머니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는지 그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삼대의 화목한 모습과 따뜻한 스토리에 구독자들은 사랑이 가득한 가족이라거나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온 사람들 같다고 부러워하지만, 글을 읽어 보면 실상 그 이면에는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풀지 못한 응어리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유튜브를 통해 할머니의 긍정적인 모습을 공유한 뒤로 할머니의 인지 능력도 조금씩 좋아지고 소원했던 친척들도 다시 할머니를 찾기 시작한다. 결국 애정 어린 따뜻한 관계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진심을 믿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노력한 끝에 얻어낼 수 있는 것임을, 저자는 본인의 솔직한 고백을 통해 알려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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