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2위, 결선서 21표 차 이긴 이시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일본 만들 것”

김현예.오누키 도모코 2024. 9. 2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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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총리 이시바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신임 총재는 27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자민당사 연단에 올라 2012년 아베 전 총리가 민주당에 뺏겼던 정권을 탈환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가 가능한 자민당, 공평·공정한 자민당, 겸허한 자민당으로, 모두가 마음이 하나가 돼 정권 탈환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는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자”며 “일본을 한 번 더 모두가 웃는 얼굴로 살도록, 안전하고 안심하는 나라가 되도록 전심전력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5수 끝에 총재 자리를 꿰찬 이번 선거도 이시바에겐 순탄치 않았다. 사상 최대 인원으로 꼽히는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치러진 이날 1차 투표에서 이시바는 154표를 얻어 ‘여자 아베’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181표) 경제안보담당상에게 뒤진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특히 동료 의원 표가 극명히 갈렸는데, 이시바는 46표를 받은 데 반해 다카이치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72표를 얻었다. 선거 초반 선풍을 일으키며 일본 최연소 40대 총리 탄생 기대를 모았던 고이즈미 신지로는(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은 결선 투표행이 좌절되면서 첫 총리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선택적 부부별성제와 노동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원표 이탈이 일어나 정치적 스승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5) 전 총리의 전폭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 3위(136표)에 그쳤다.

1, 2위 후보 간에 양자대결로 치러진 결선에서 이시바는 총 215표를 얻어 다카이치를 21표 차이로 따돌렸다. 자민당 내 유일한 파벌(54명)을 유지하고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지원 사격했으나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몇몇 일본 언론은 이번 선거가 ‘나쁜 후보 골라내기’라고 지적했다. 이시바의 강점 덕에 승리한 게 아니라 경쟁 후보들의 약점 때문에 이시바가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결선 투표에서 향후 총선을 염두에 둔 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언하는 극우 성향 다카이치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개선된 일·한 관계가 손상돼 일·미·한 연계에 금이 가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온한 움직임에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 세력의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시바의 당선으로 지난 1년여간 ‘셔틀외교’ 재개와 함께 개선을 이룬 한·일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간 한·일 정상 간 굳건한 신뢰 및 소통을 기반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발전해 나온 바, 신임 총리와도 활발히 교류를 이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이시바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다. 또한 방위상을 지낸 그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 등 헌법 개정을 숙원으로 꼽고 있다. 개헌 논의가 진전된다면 동아시아 각국 관계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내 기반이 불안정한 그는 주요 각료(장관)와 당직 인사를 통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실시된 국민 여론조사에선 차기 총리 선두에 올랐지만, 정작 동료 의원들의 큰 지지를 얻지 못했었다. 나가타초(永田町)로 불리는 일본 정치 중심지에서 그는 홀로 도시락을 먹으며 정책 공부를 하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다음 주 초 발표될 각료 명단은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시바에겐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자민당 통합과 쇄신도 과제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국민 신뢰를 잃은 자민당을 쇄신하지 못하면 추락한 지지율 회복이 어려워져, 조기 총선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시바 입장에선 연립정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문제에 대해 “선거대책본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맞붙었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등 경쟁자를 기용할지에 대해선 “인사에 대해선 아직 백지”라고 답했다.

도쿄=김현예·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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