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만 23억' 민희진 "제가 이길 것…거기만 마음 풀면 될 텐데"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9. 28.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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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강연자로 초청받아
하이브-어도어 나가겠다고 한 적 없다는 입장
가감 없는 표현도 쓰며 134분 격정의 토크
"희대의 사건… 내가 다큐를 꼭 찍을 거예요, 정말"
프랭크가 만든 뉴진스 미공개곡 비트 공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27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 초청받아 강연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5일 첫 기자회견 당시 모습. 박종민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강연에서 자신과 하이브의 공개 대립을 "희대의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제가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냈다. "없는 죄를 만들 수"는 없기에, "시간이 흐르면 다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27일 밤 9시, 민 전 대표는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문화 융복합 행사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의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강연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20여 년의 업계 경력을 보유하고, 2022년 데뷔한 신인 그룹 뉴진스(NewJeans)로 대히트를 거둔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제작자'로서 초청받았다. '경영권 침탈' '배임' 등의 사안으로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 법적 분쟁 중인 상태이기에, 관련 언급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어도어는 이사회를 열어 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 출신인 김주영 사내이사를 새 대표이사로 세우고 민 대표를 해임했다. 그간 어도어에 보장했던 '제작과 경영 총괄' 체제에서 벗어나 둘을 분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민 전 대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임당했다며 강력히 발발했다. 뉴진스 역시 지난 11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에 25일까지 민희진 대표 복귀, 제작과 경영을 총괄하는 '원래의 어도어'로 돌아올 것 두 가지를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 레이블을 하고 싶었다"라는 민 전 대표는 "그러니까 저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분리되면 이 일을 하는 목적이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 소송비 지금까지 23억이 나왔다. 웬만한 사람은 못 견딘다"라며 "제가 소송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할 거다. 되게 감사했다.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가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어 "와, 나 집 없었으면 어떡하지?' 싶더라. 너무 붙어서 개 싸우고 싶은데, 돈이 없었으면 못 싸우지 않나. 쥐어패고 싶은데 발로 뻥뻥 차고 싶은데 그러려면 나도 소송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소송 못 하고 대응도 못 한다. 와, 천만다행이다. 남편과 자식이 없는 거에 정말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민 전 대표는 "진짜 3개월에 (소송비만) 수십억씩 늘어나는데 일반 사람들이 감당되겠나? 욕 한 번만 하겠다. 그러니까 아, 씨X, 내가 이겨야 되겠다. 그래서 이런 싸움을 못 하게 하고 싶은 거다. 누가 이렇게 처맞아줘야, 버틸 때까지 한 번 버텨줘야 과정이라는 게 생긴다. 그 프로세스로 (인해) 저는 저 같은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조언해 줄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대표인 본인의 갈등이 언론에 공개된 4월 22일을 언급하며 "처음부터 제가 회사를 나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한 민 전 대표는 "제가 이길 거다. 왜? 이걸, 없는 죄를 만들 수가 없다. 일부러, 아무리 부풀려도 결국에 (진실이) 드러날 거라는 자연의 순리, 법칙을 안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저열한 방식으로 처맞았지만 이유가 있을 거다. 뭔가 어떤 과정을 고치려면 그 X같음을 겪어야 된다. 너무 싫지만, 겪어야지. 겪어야 알아. 와, 미친… 여러분, 희대의 사건이다. 내가 다큐를 꼭 찍을 거다, 정말. 그래서 모든 과정을 다 밝힐 거다"라고 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민 전 대표는 "제가 집순이고 유흥을 안 즐기지 않나. 맨날 집에서 일하고 작업실-집 이런다. 그러니까 망정이지 변호사님이 처음에 뭐라고 했냐면 '희진님 존경한다'라고, 대부분 법카(법인카드 내역)에서 털리기 때문에 망신당할 우려가 많아서 그냥 백기 투항을 한다는 거다. 이 정도로 올 수 있는 건 털릴 게 없다는 것"이라며 "전 아무렇지 않다. 다 캐보면 모든 상황에 인과라는 게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진스 멤버들과 관련해서도 "우리 멤버들도 한 번도 회사를 나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라고 밝힌 민 전 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후련한 것도 있다. 와, 그래도 이게 드러나긴 드러나네? 이게 아니었으면 드러날 수 있었을까?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도 드러나기는 해서 어떤 맥락으로는 좀 다행이란 생각이다. 왜냐하면 개선이 되기 위한 과도기라서"라고 말을 이었다.  

2022년 7월 데뷔한 그룹 뉴진스. 뉴진스 공식 트위터


민 전 대표는 "본연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양질의 모든 경계를 허물었을 때 우리가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지 나는 너무 궁금하다. 그게 제 비전이다. 되게 순수한 비전이기는 하다. 근데 뉴진스로 2년 동안에 그거를 어지간히 이뤘단 말이다. 그런데 저한테 프로듀싱만 해라? 업을 너무 모르는 거야.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러면서 경영과 프로듀싱의 분리를 논해? 나한테? 실적도 이렇게 내고 질을 끌어올린 나한테 이런다고? 얼마나 명분이 없겠냐? 제가 그럴 거면 이 회사에 왜 와?"라고 반문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그분'이라고 가리키며 "그분도 저한테 '아, 사고를 치셔라' 이랬다. '빅히트(하이브의 전신)에서 못 한다. 사고 치셔라'라고. 박지원(전 하이브 대표)님이 저한테 복수하라고 했고, 이분(방시혁)은 저한테 사고 치라고 했고. 저 했는데, 다. 원하시는 거 다 해드렸는데 왜 저를 이렇게 괴롭히시는 건지. 그래서 아무튼 여러분, 앞으로 무슨 음해가 있어도 믿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 '디토'(Ditto) 등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맡은 신우석 감독,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하이브 PR 담당자가 뉴진스의 일본 성과를 깎아내렸다고 폭로한 서울신문 장형우 기자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는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업을 고치려면 내가 뭘 해야 하지?' 생각해 왔고, "본질과 태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라고 여러 차례 말한 민 전 대표는 "'남들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 하면 그대로만 해야 한다는 거 그거는 입시에서나 통용된다. 대치동 학원에서나 되는 거지 아트는 그거랑 반대로 가야 한다. 계속 플렉서블(유연)하게 바꿔줘야 하는 게 문화"라는 소신을 폈다.

뉴진스를 만들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멤버들의 순수함'을 오래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전 대표는 "내가 봤을 때 이 퓨어한 느낌을 데뷔하고 영원히 얘네가 활동할 때까지 유지시키려면 어떡해야 할까 저는 그게 관건이었다. 왜 관건이냐면 제가 느끼는 아이돌들은 너무 규율이 많았다. 이거 하면 안 되고 저거 하면 안 되고…"라고 부연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미공개곡 비트를 청중에게 들려주는 모습.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캡처


"인형같이 굴라지 말라고 해서 편하게 몇 마디 해, 그럼 죽일 듯이 까. 도식적으로 가르쳐 준 대로 잘해. 그럼 또 인형 같대. 뭐 어쩌라는 거야. 그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좀 기괴하다. 기기괴괴? 이런 말 하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기괴하다고. 정말 기괴한 거예요. 그러니까 회사에서 (아이돌을 대상으로) 개빡세게 가르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요. 막 훈련해! 아이돌은 제가 느꼈을 때 운동선수거든요. (…) 운동선수인데 얼굴도 예뻐야 하는데 관리도 잘해야 되는데 인성까지 봐. 그런 거 다 따지는 사람 다 죽이고 싶어요.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야 돼요."

"무슨 일하는 사이에선 어느 정도는 선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는 또 꼴사나운게 어린데 '이야~' 하면서 많은 스태프들이 (아이돌에게) 막 잘 보이려고 한다든지 이런 게 상당히 이 친구들의 교육에도 안 좋고 보기도 안 좋고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모든 팬을 다 겪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여러분이 보시는 것보다 멤버들이 보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기보다는 '다르게' 있어요. 그런데 많이 사랑해 주셔서 그거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거예요. 그리고 돈을 많이 벌잖아요. (그러니) 그걸 가지고 여러분한테 쨍쨍대는 거는 아니라고 봐요. 각자의 어려움이 다 있어요. 얼굴 예쁘고 돈 잘 버는데 우쭈쭈받는 거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제 생각엔, 얼굴 예쁘다고 세상에 좋아해주는 그게 무슨 횡재야? 인생에 그런 횡재가 어딨어요? 그러면 횡재를 횡재로 알자! 얘네들이 좋아서 춤추고 노래한단 말이에요. 나 좋아하는 일하는데 좋아해 준대요. 인생에 이런 횡재가 어딨어요?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피드백하자는 거죠. 너무 고맙죠. 이 거친 물결을 우리가 어떻게 겪어낼지 모르겠지만 우리 멤버들이랑 부모님들이랑 항상 무슨 얘기 하냐면 '우리 진짜 크게 보답해요, 뭐든' 이래요. (…) 고마움을 알고 얘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매니지먼트가 뭘까 고민한 게 뉴진스란 팀이에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뉴진스의 음반 작업이 중단됐다고 주장한 민 전 대표는 '오엠지'(OMG) '쿨 위드 유'(Cool With You) 등을 작업한 프랭크(FRNK)가 만든 뉴진스 곡 비트를 청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민 전 대표는 "저의 인생만 너무 걱정해 주시지 마시고 여러분의 인생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현대카드와 정태영 부회장님 스트레스 많았을 텐데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아무튼 잘, 잘 됐으면 좋겠다. 네, 거기만 마음을 풀면 될 텐데, 이게 왜 안 될까"라며 웃음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당초 강연은 밤 9시부터 10시 40분까지로 100분이었으나 134분 만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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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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