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높이려면 채산성 확보 먼저…재초환·분상제 규제부터 확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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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치 못한 ‘신통기획’
서울시 신통기획의 핵심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재개발·재건축(도시정비사업) 사업기간 단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4·7 보궐선거를 승리한 직후 ‘6대 재개발 규제 완화’를 발표했는데, 첫 번째가 재개발 대상 확대였고 그다음이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5년→2년)’이었다. 세 번째 목표 역시 ‘동의율 확인 단계 간소화’였다. 행정절차를 최소화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의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무엇보다 ‘속도’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자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6년 만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6년간 17만6000가구를 착공하겠다는 주택공급대책을 내놨는데, 이 대책의 핵심 역시 속도다. 수많은 절차 때문에 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해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초기 절차를 확 줄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 기간 6년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을 논의 중이다.
실제 잠실 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 시작 29년 만인 최근에야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을 고시했다. 이 아파트는 그동안 조합원 간 마찰, 층수 및 학교 부지 존치에 따른 논란이 일면서 재건축이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이 구속되기도 했고, 사업이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가 싶었던 은마 아파트는 최근 조합장 선출 결과를 두고 소송이 벌어지며 또다시 사업 지연 위기를 맞고 있다.
재건축과 달리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 대비 토지주가 많은 재개발은 더 어렵다. 재건축처럼 대지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이 일정하지 않아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절차 간소화 자체도 의미는 있지만 그보단 주민 간 이견을 중재하고 사업 채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 중단 위기를 맞았던 반포 주공1단지 아파트 1·2·4주구는 최근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는데, 공사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확보가 꼽힌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구조상 주변 아파트값이 오르면 일반분양 분양가를 인상해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공사비를 증액해도 조합원 부담이 늘지 않을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걷어내는 것도 채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인데, 재건축 사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재초환 대상 재건축 단지는 전국 68곳에 이른다. 수도권 47곳, 지방 21곳이다. 서울에선 31개 단지에 재초환이 부과될 예정인데, 가구당 평균 부과예상액은 1억6677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재초환 폐지를 추진 중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기본형건축비 등으로 분양가를 제안하는 제도인데, 현재 공공택지는 물론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아파트도 대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건 결국 채산성”이라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재초환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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