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 처우 논란에 숙소 이탈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 삐걱

김아사 기자 2024. 9. 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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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범사업 시행 한 달… 수당 지급 늦는 등 준비 부족

추석 연휴 숙소를 이탈한 뒤 연락이 두절된 필리핀 가사 관리사 2명이 결국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이 열흘 넘게 복귀하지 않자, 위탁 업체들이 지난 26일 고용노동부 노동청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이 지난 3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탈자까지 나온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임금을 주 단위로 일찍 주고 시범 사업이 끝난 뒤에도 3년간 한국에서의 취업 활동을 보장하는 등 당근책 제시에 나섰지만, 사업 성공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사업의 양대 축인 두 기관이 임금 부분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사 관리사들과 간담회 -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필리핀 가사 관리사들과 관계자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오른 건 지난달 첫 급여 지급 때다. 8월 6일 입국해 한 달 정도 교육을 받은 필리핀 가사 관리사 100명은 교육 수당 96만원을 그달 20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개 기관이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사업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들은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항의했고, 결국 수당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두 차례에 걸쳐 뒤늦게 지급됐다. 그러다 지난 15일엔 가사 관리사 2명이 아예 연락을 끊고 이탈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이 이탈한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관리사의 일탈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낮은 임금과 처우에 따른 ‘예고된 이탈’이라는 주장도 많다.

이는 사업의 최대 쟁점인 고비용 논란과 맞물린 문제다. 현재 필리핀 가사 관리사들은 주 30~40시간을 일하면서 월 154만~206만원을 받는다. 세금, 방값 등을 제외하면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100~150만원가량이다. 이에 대해 “생활비를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견해와 “50만~80만원 정도인 싱가포르·홍콩과 비교하면 높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들의 인건비는 이용 가정의 부담과 직결된다. 현재 가정에서 1일 8시간씩 한 달간 서비스를 이용하면 급여 208만원 외 보험료 등을 합쳐 238만원을 내야 한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올라 이용료도 그만큼 오른다. 실제 만만찮은 비용 때문에 이번 시범 사업에 신청한 751가구 중 318곳(42.3%)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였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뜻으로, 맞벌이 가정의 가사 부담을 줄여준다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애초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건비가 낮은 외국인을 데려와 가격을 낮추면서도 돌봄의 질은 유지하려는 건 양립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임금을 두고 견해 차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받는 돈이 외국 등과 비교해 많은 편이라며,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가사 사용인’ 방식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사업 목적이 없는 가정에서 직접 가사 관리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 가사 관리사가 근로자가 아닌 가사 사용인으로 규정돼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법무부는 이들의 임금을 더 낮추면 입국한 뒤 최저임금을 보장하거나 그 이상을 주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의 임금을 낮추면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내년 본 사업에 돌입하기 전, 가사 관리사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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