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려 2부제로 식사” 잘 나가는 음식점, 구내식당뿐이었다
지난 26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대기업 본사의 지하 구내식당. 점심 메뉴인 ‘차돌 된장찌개’를 배식 받으려는 직원들이 배식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50여 개 테이블도 대부분 직원들로 차 있었다. 직원 A씨는 “바깥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 대부분 1인분에 1만원이 넘고,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하면 수천 원이 더 든다”며 “구내식당은 한 끼 5500원으로 가성비가 좋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500여 명 가운데 200명 가량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삼계탕이나 스테이크 같은 특식이 나오는 날은 ‘구내식당파’가 300명을 넘긴다고 한다. 배식을 담당한 급식업체 영양사는 “최근 구내식당을 찾는 직원 분들이 작년보다 20% 정도 늘어났다”며 “구내식당에 한꺼번에 몰리지 말라고 점심 시간을 11시 15분과 11시 45분으로 나누는 ‘2부제’를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이 회사 인근의 식당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한 닭 요리집은 테이블 30여 개 가운데 2개만 차 있었고, 그마저도 혼자 온 손님들이었다. 50대 사장은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코로나 때보다도 안 된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드니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식당 전망 어두워졌는데 구내식당만 선방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식당들이 고전하는 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 내부의 구내식당은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웬만한 식당에선 1인당 1만원 이상씩 하는 식사비를 절약하기 위해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은 구내식당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만 홀로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식·외국식·주점 등 다른 외식업종들의 체감경기가 1년 전보다 나빠졌지만, 구내식당 업체들은 개선됐다. aT가 전국 각종 외식업체 3000곳에 대해 3분기(7~9월) 전망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내식당 업체들의 올 3분기 전망치는 평균 98.67로 작년 3분기(97.32)보다 1.35포인트 올랐다. 이 전망치가 높을수록 많은 업체가 “장사가 잘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는 뜻이다. 구내식당 사장들이 스스로 느끼는 분위기가 1년 전보다 좋다는 것이다.
반면 구내식당을 제외한 모든 외식업 업종은 이 전망치가 떨어졌다. 한식 음식점은 올 3분기 81.48로 1년 전보다 5.04포인트 떨어졌고, 일식·중식·양식 등 외국식 음식점도 1.64포인트 감소했다. 호프집 등 주점업, 피자·치킨점 등 간이음식점업, 카페 등 비(非)알코올 음료업도 마찬가지로 체감 전망이 1년 전보다 어두워졌다.
이렇듯 구내식당이 ‘나 홀로 성업’을 하는 현상은 높은 물가로 인한 ‘반사적 효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생활비 압박을 받는 회사원들이 점점 더 동료나 친구들과의 외식을 부담스러워 하고, 그런 만큼 구내식당을 더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김영갑 aT 유통교육원 연구자문위원은 “요즘 같이 직장인들 지갑이 얇아질수록 ‘싸게 한 끼 해결하는’ 구내식당은 상대적 호황을 누린다”고 했다. 또 구내식당은 해당 회사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불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폐업 음식점은 2년 연속 증가
경영난에 시달리다 폐업에 이르는 음식점 수는 2년 연속 증가 중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폐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 폐업 건수는 15만2520건으로 1년 전보다 16%가량 늘었다. 2022년에도 폐업 건수가 전년 대비 6% 늘었는데,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작년 음식점 폐업 증가율은 전체 업종의 폐업 증가율(13.9%)보다 높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음식 재료값은 크게 올랐는데, 손님은 오지 않으니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식당이 많아진 것”이라며 “당분간은 식당들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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