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자신감을 가져라, 사랑한다, 행복해라… 다 다른 말이지만 ‘아빠 마음’은 똑같죠
아빠
엘렌 델포르주 지음 | 캉탱 그레방 그림 | 권지현 옮김 | 밝은미래 | 64쪽 | 2만8000원
“이렇게 예쁜데, 다 키우려면 20년은 훌쩍 가겠네!” 아기 곁에 누워 눈을 맞추던 아빠는 속 모르는 사람들 말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겨우 20년? 너무 짧은걸?’ 아기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아빠 손을 살짝 잡는다.
아빠는 마트 진열대 앞에서도 제각각인 아이들 음식 취향을 생각한다. 장바구니엔 빨간 사과와 적당히 잘 익은 배, 호박과 당근이 골고루 담긴다. “열정적 낭만주의자”라 불렸던 바이올리니스트 아빠가 첫아이가 태어난 뒤 가진 연주회는 ‘새로운 감수성, 예기치 못한 섬세함을 보였다’는 평. “당연하지. 아기 배앓이가 낫는 석 달간 모차르트를 조용하게 연습했거든!”
큼지막한 판형의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엔 ‘누군가의 아빠’와 그 아이의 이야기가, 오른쪽 페이지엔 그 이야기 속 순간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옮긴 그림 한 장이 담겼다. 아빠 마음은 어디 살든 무얼 하든 마찬가지. 젊던 나이가 들었든, 피부가 무슨 색이든 같다.
기상 시간, 하루 계획, 꿈의 시나리오, 기쁨, 걱정…. 아이가 태어난 뒤 아빠는 삶 전체가 달라진다. “네가 모든 걸 바꿔 버렸어, 작은 토네이도. 나비처럼 팔딱이는 네 심장의 날갯짓 한 번으로.” 아빠가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할 때, 푸른 나비 수백 수천 마리가 둘을 감싸며 날아오른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에게 해 줄 말을 찾지 못해 주저하는 아빠를 딸은 꼭 안는다. “나도 사랑해요, 아빠.” 첫걸음마를 뗄 때부터 잡았던 아이의 손, 이제 스스로 날아 오르도록 놓아주는 일만 남았다.
책의 부제는 ‘모두 다르지만, 변함없는 31명의 이야기’.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 읽는 사람 각자의 추억도 숨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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