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인센티브로 인구 되돌릴 순 없어

이후남 2024. 9. 2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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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를 만나다
바츨라프 스밀. 체코 태생의 세계적 석학으로 40권 넘는 책을 썼다. [사진 김영사]
“간단하다. 사회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사과를 기르고, 누군가는 차를 만들고, 누군가는 길에 아스팔트를 깔고, 나는 책을 쓴다!”

세계적 석학 바츨라프 스밀에게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환경과학자·경제사학자 등으로 소개되어온 그가 에너지·환경·인구·식량·경제·공공정책 등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펴낸 영문판 저서는 40권이 넘는다. “좁은 방식으로 전문화하지 않고,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 많은 것을 하기를 늘 좋아했다”는 말대로다. 빌 게이츠는 그의 책을 모두 읽은 애독자로, 그의 신간을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여름 한국판이 나온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이한음 옮김, 김영사)는 크기에 관한 온갖 지식과 사실을 공학·생물학·예술을 넘나들며 풀어낸다. 체코 태생으로 현재 캐나다 매니토바대 명예교수인 지은이 스밀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답변 속 괄호는 *표시 부분 외에는 그가 쓴 그대로다.

Q : 흔치 않은 통계를 비롯해 각종 수치를 기억하고 활용하는 비법이 뭔가.
A : “아주 간단한 대답이다. 구식(*old-fashioned) 과학자로서 나는 정성적 진술보다 정량적 평가의 우월성을 항상 인식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2023년에 80세가 됐다) 60년가량 이런 접근법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

Q : 스위프트의 고전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오류를 파고든 대목에 감탄했다.
A : “첫 두 권(*소인국·거인국 편)의 전체 전제는 크기 조정에 기반해 모든 것을 비례적으로 더 작거나 더 크게 만든다. 거기에 스위트프의 오류가 있다. 체질량·대사 등 일부 주요 속성들은 체중의 증가보다 느리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상은 대체로 무시되어 왔지만, 몇몇 물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주목했고, 나는 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한 것이다.”

Q : 이번 책에 큰 나라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럼 혹시 한국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특정 국가의 인구 감소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을까.
A : “한국은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과 훨씬 상당한 연간 인구감소를 현재 경험하는 많은 나라(유럽연합 모두, 중국, 일본) 중 하나일 뿐이다. 역사는 이를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로도 되돌릴 수 없음을 보여주고, 고령화 인구는 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의료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이것이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Q : 책에 지적한 큰 차, 큰 TV 화면, 큰 냉장고에 대한 선호는 한국에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당장 시장의 흐름을 바꾸거나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A : “우리 모두 많은 신체적·사회적 제약을 받지만, 우리 모두(기본적 생존조차 다른 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스스로의 소비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가거나 고가의 전자제품·시계·옷을 사지 않고도, 가시적 소비로 지인들을 능가하려 하지 않고도 꽤 잘 살 수 있다.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존재한다!”

Q : 여러 저서 중 이번 책 외에 한 권을 한국 독자에게 권한다면. 그리고 다음 책은 뭔가.
A : “두 권을 꼽자면 『Energy and Civilization』(*2017, 국내 미출간)과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다음 책 두 권은 속도에 관한 책(『사이즈…』의 자매편)과 글로벌 식량 생산과 식단에 관한 책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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