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인센티브로 인구 되돌릴 순 없어
지은이를 만나다
세계적 석학 바츨라프 스밀에게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환경과학자·경제사학자 등으로 소개되어온 그가 에너지·환경·인구·식량·경제·공공정책 등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펴낸 영문판 저서는 40권이 넘는다. “좁은 방식으로 전문화하지 않고,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 많은 것을 하기를 늘 좋아했다”는 말대로다. 빌 게이츠는 그의 책을 모두 읽은 애독자로, 그의 신간을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여름 한국판이 나온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이한음 옮김, 김영사)는 크기에 관한 온갖 지식과 사실을 공학·생물학·예술을 넘나들며 풀어낸다. 체코 태생으로 현재 캐나다 매니토바대 명예교수인 지은이 스밀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답변 속 괄호는 *표시 부분 외에는 그가 쓴 그대로다.
Q : 흔치 않은 통계를 비롯해 각종 수치를 기억하고 활용하는 비법이 뭔가.
A : “아주 간단한 대답이다. 구식(*old-fashioned) 과학자로서 나는 정성적 진술보다 정량적 평가의 우월성을 항상 인식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2023년에 80세가 됐다) 60년가량 이런 접근법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
Q : 스위프트의 고전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오류를 파고든 대목에 감탄했다.
A : “첫 두 권(*소인국·거인국 편)의 전체 전제는 크기 조정에 기반해 모든 것을 비례적으로 더 작거나 더 크게 만든다. 거기에 스위트프의 오류가 있다. 체질량·대사 등 일부 주요 속성들은 체중의 증가보다 느리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상은 대체로 무시되어 왔지만, 몇몇 물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주목했고, 나는 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한 것이다.”
Q : 이번 책에 큰 나라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럼 혹시 한국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특정 국가의 인구 감소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을까.
A : “한국은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과 훨씬 상당한 연간 인구감소를 현재 경험하는 많은 나라(유럽연합 모두, 중국, 일본) 중 하나일 뿐이다. 역사는 이를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로도 되돌릴 수 없음을 보여주고, 고령화 인구는 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의료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이것이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Q : 책에 지적한 큰 차, 큰 TV 화면, 큰 냉장고에 대한 선호는 한국에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당장 시장의 흐름을 바꾸거나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A : “우리 모두 많은 신체적·사회적 제약을 받지만, 우리 모두(기본적 생존조차 다른 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스스로의 소비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가거나 고가의 전자제품·시계·옷을 사지 않고도, 가시적 소비로 지인들을 능가하려 하지 않고도 꽤 잘 살 수 있다.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존재한다!”
Q : 여러 저서 중 이번 책 외에 한 권을 한국 독자에게 권한다면. 그리고 다음 책은 뭔가.
A : “두 권을 꼽자면 『Energy and Civilization』(*2017, 국내 미출간)과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다음 책 두 권은 속도에 관한 책(『사이즈…』의 자매편)과 글로벌 식량 생산과 식단에 관한 책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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