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노동 시간 대신 창의적 생산성으로
칼 뉴포트 지음
이은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시청률 꼴찌권에서 허덕이던 미국 CBS방송을 단숨에 선두권으로 끌어올린 것은 ‘긴 근무시간’이 아니라 ‘창의적 생산성’이었다. 과학수사 드라마를 제작하는 남다른 창의력의 소유자 앤서니 자이커는 3년 넘게 목표를 키우면서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덤벼들었다. 그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도 않았고,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에 참가하면서 충실하게 자기 존재를 알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드라마 그 자체의 완성도에만 매달렸다.
결국 자이커가 만든 시리즈물 ‘CSI:과학수사대’는 2000년 가을 첫 방송 후 공전의 히트를 치며 CBS 시청률을 단박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95년 여름, 금요일 오후 텅 빈 본사 사무실을 목격하고는 분노에 가득 차 직원들의 이른 퇴근을 책망하는 과격한 메모를 보낸 레슬리 문베스 사장의 노동시간 연장 요구 ‘닥달’은 결코 1등 공신이 아니었다.
CBS의 성공에서 보듯이 ‘업무량을 줄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일할 때 비로소 일의 퀄리티가 향상될 수 있다’는 명제는 사실 일반 회사나 조직에서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빡빡하게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간 『슬로우 워크』는 겉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잘한 여러 가지 잡무 처리에만 집중하고 정작 절실한 창의적 생산성은 높이지 못하는 형태의 근무에 대해 준엄한 경고장을 날린다. 지금 같은 ‘패스트 워크’ 시대에 ‘느림의 미학’이야말로 진짜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첩경임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 칼 뉴포트는 지식노동에는 그에 합당한 새로운 생산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그 해법으로 ‘슬로우 생산성’을 주창했다. 핵심적 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일을 줄이고 자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업무 기법들을 책에 꼼꼼히 담았다. 회사나 조직의 안정적 유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왕대박을 꿈꾸는 경영자와 지식노동자들이라면 꼭 한번 책장을 펼칠 필요가 있는 필독서다.
한경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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