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공동투자의 비극
그러던 이곳을 2020년 한 경매학원이 사들였다. “남이섬을 모델로 종합레저단지로 개발하겠다”고 선전했다. 이 부지의 감정가는 약 79억원. 이 업체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가격은 94억원이었다. 단독 입찰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무인도를 낙찰받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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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강사가 유튜브로 수강생 모집
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 급증 우려
」
그 후 4년. 지난 2월 해당 업체는 “자금 조달 문제로 본격적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물치도에 선착장이 없어 공사를 위한 자재 반입도 어렵다고 했다. 선착장 설치에만 부지 매입 비용보다 비싼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체 왜 이런 허술한 사업이 진행됐을까. 지난 7월 해당 경매학원은 문을 닫고 학원 건물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을 접수해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경매학원은 “인천시·해양수산부 등과 협업해 무인도를 개발한다”고 홍보하며 수강생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았다. 물치도 투자 건에는 수강생 1인 평균 6000만원씩 103명이 참여했다. 수강생들은 “처음부터 개발 계획이 없었던 것”이라며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허위 또는 사기 투자 의혹을 받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학원이 수강생으로부터 공동투자 받아 진행한 투자 건은 현재 확인된 것만 90건이 넘는다. 1건당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매물 건도 상당수다. 다른 경매학원의 피해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유튜브에서 성공 투자 사례를 선전하며 유명해진 경매 강사가 수강생을 모집하고, 공동투자로 끌어들이는 불법 수신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공동투자 피해는 감독기관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 교육업체인 경매학원에서 수강생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것은 불법 수신으로 볼 여지가 크지만 관련 주무 부처도, 단속 근거도 모호한 상황이다. 금융 자문업은 금융위원회 신고 대상이지만 부동산 자문업은 애매한 경계에 있다. 2020년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자문업에 대한 신고 규제를 명시한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흐지부지 폐기됐다. 수강생들은 손실 규모 등 명확한 자료조차 내놓지 않는 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역사상 공동투자의 결말은 대부분 비극이었다”고 경고한다. 고수가 아닌데 고수인 척하는 사람이 많고, 애초부터 부동산 투자가 목적이 아닌 투자를 미끼로 자금을 모으고 잠적하는 사례도 넘쳐나고 있어서다. 실제 투자가 목적이었다 해도, 경제 위기나 금리 정책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도 투자의 성패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 투자 판단이 어려운 초보 단계에서 섣불리 강사의 말만 믿고 공동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공동투자 피해 상당 부분은 경매학원이나 경매 강사가 아닌, 초보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문을 닫은 경매학원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상호로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상반기 -80%가 넘는 공동투자 손실로 물의를 일으켰던 경매 강사는 최근 유튜브 복귀를 예고했다. 비극적 네버엔딩 스토리는 언제 멈춰질까. 투자의 시대, 위험한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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