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중·러 모두 핵 폭주, 무력한 국제사회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6일 북한 비핵화 개념은 “종결된 이슈(closed issue)”라고 했다. 북한과 군사 동맹을 부활시킨 러시아는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 도중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채택한 새 정강에선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사라지기도 했다.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북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파키스탄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제재에서 벗어났다. 6년 전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기존 북한 핵무기와 신형 우라늄 농축 시설은 그대로 놔둔 채 고철 같은 영변 핵시설과 핵심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거래가 성사될 뻔했다. 핵보유국이 돼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이 김정은의 목표다. 미 대선 상황을 보고 김정은은 다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7차 핵실험도 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핵 위협과 증강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란 듯 공개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기를 보유할 계획이다. 최근엔 44년 만에 태평양 공해상으로 핵 탑재가 가능한 ICBM을 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 푸틴은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핵 없는 국가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취지다. 핵 폭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중·러 모두 독재자 한 명이 군사·안보를 좌지우지하는 전체주의 국가다. 한국은 핵 없이 이들과 맞서 있다.
국제사회 현실과 국내 갈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핵무장은 당장은 어렵다. 일본처럼 ‘잠재적 핵 능력’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핵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북핵에 대응하는 작전 지침도 한미 연합 작계(작전 계획) 반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설마’하고 있기에는 국제 핵 정세가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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