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수장 “북 핵보유 인정”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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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사무총장 발언 논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을 보유(possess)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recognize)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핵 용인론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 비확산 체제를 떠받치는 IAEA 수장까지 북한의 핵 보유 사실 자체는 받아들이자는 뉘앙스로 말한 것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AP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라고 부르며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관여는 없었고 그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선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멈추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북핵 인정 않던 IAEA의 현실론…김정은에 악용될 소지
그로시 총장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현상 자체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칫 ‘사실상 핵보유국’ 노선을 추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고 국제적으로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된 IAEA의 수장이 북핵 용인의 여지를 주는 듯한 뉘앙스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만으로도 북한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로시 총장은 과거엔 “북한의 핵 보유는 불법이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2020년 2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강연회)고 명확하게 말해왔다. IAEA도 2022년 10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IAEA의 핵 사찰·검증 수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IAEA는 올해까지 14년 연속으로 북한의 핵 활동을 개탄하고 안보리 결의 의무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IAEA의 기존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IAEA 수장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부르며 “핵 보유 사실은 인정하자”고 발언한 건 처음이라 의도치 않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박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비현실적 목표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게 사실이고 김정은은 그 틈새를 이용하려고 한다”며 “북핵의 실존적 위협을 받는 한국 정부로선 이럴 때일수록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명시되지 않은 어떤 형태의 협상과 합의도 수용할 수 없단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그로시 총장의 발언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 보도인 만큼, 정확한 발언 내용과 맥락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로시 총장은 앞서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대화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 제안해왔으나 북한은 우리의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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