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5] 코너의 공간
간혹 일상에서 “코너를 돌면...”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만 ‘코너’ 용어를 빈번하게 듣는 경우는 아마도 스포츠에서일 것이다. 권투에서 상대를 링의 코너에 몰아놓고 공격하는 상황도 그중 하나다. 축구 경기에서는 코너킥을 득점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다양한 작전이 만들어지고, 이를 위해서 선수들은 수백 번씩 세트플레이를 반복 연습한다.
코너는 우리가 생활하는 건축 공간에 늘 존재한다. 사각형의 실내라면 천장과 바닥이 사방의 벽면과 만나 여덟 개의 코너가 만들어진다. 보통 그 코너들은 가장 어둡고 더러운 상태로 남아있다. 진공청소기로도, 빗자루로도, 그리고 걸레질로도 청소하기 쉽지 않은 구석이다. 그래서 약간의 먼지와 함께 그저 방치된다. 물론 사람들도 코너를 유심히 관찰하지는 않는다. 벽면이나 천장 또는 바닥에 충분히 시선을 끄는 디자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코너의 개념을 바꾸어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 예술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형광등을 이용한 빛의 연출로 유명한 댄 플래빈(Dan Flavin)이다. ‘밝음’이라는 빛의 본질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면서 그는 실내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코너에 형광등을 배치, 색과 빛을 고정시키며 성격이 다른 공간을 창조했다.
또 다른 작가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다. 그는 베네치아의 퀘리니 스탐팔리아(Querini Stampalia) 재단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콘크리트로 구성된 정원의 한쪽 구석에 대리석 재료를 삽입했다. 색상이 더 밝은 고급 건축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보통 무관심하게 외면되는 코너를 예사롭지 않게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의 포사뇨에 위치한 카노바 뮤지엄(Museo Canova)에서는 두 벽면이 천장과 접하는 부분을 입체적으로 뚫어 창틀이 없는 유리를 설치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빛의 정육면체는 공중에 환한 빛의 유입뿐 아니라 감상자의 시선과 마음을 건물 밖의 공간까지 여행시키고 있다. 가장 어둡고 가장 빛이 없는 코너를 특별한 빛의 창조로 가장 특별한 공간으로 반전시킨 대가들의 접근이 신선한 감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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