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지도자 미술전에 모인 한동훈·유인촌·박찬대·김동연

이강은 2024. 9. 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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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코스모스)’ 개막식 참석
‘옻칠 장인’ 성파스님의 40여년 화업 총망라하는 작품들 선보여…“바람과 물이 만든 작품들”
11월 17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무료 전시
“어떤 사람은 붓으로, 어떤 사람은 손가락으로, 어떤 사람은 손톱으로 그린다고 합니다. 나는 물로 흘리고 바람으로 날리는 것을 시도해봤습니다. 바람과 물이 만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85)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하는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코스모스)’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960년 불교에 입문한 성파스님은 불교미술과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업(화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단독 개인전에서 그는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을 선보인다. 
성파스님이 옻칠을 한 전시 작품을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전시는 ‘태초(太初)’, ‘유동(流動)’, ‘꿈(夢)’, ‘조물(造物)’, ‘궤적(軌跡)’, ‘물속의 달’ 6개를 주제로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옻을 재료로 한 작품들이 단연 돋보인다. 도자와 옻칠을 결합해 칠예 도자 장르를 개척하기도 한 성파스님은 평소 “나는 옻칠을 할 때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옻이라는 물질은 칠하고 닦아내기를 반복하면 할수록 본 바탕이 훤히 드러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가 손 수행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여러 겹의 삼베를 이어 붙이면서 옻을 칠하고 깎아내기를 반복해 칠흑처럼 깊고 검은 기둥 작품들을 비롯해 표면에 거즈처럼 얇은 헝겊을 대고 옻칠을 반복해 완성한 도자기, 안료와 옻을 섞어 만든 물감으로 그린 회화 작품, 옻판에 옻을 칠해 민화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듯한 화려한 그림 등이 전시된다. 

성파스님은 옻에 대한 예찬론자요 옻칠 장인이다. 27일 열린 개막식 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옻이라는 물질이 그림을 그릴 때, 예술을 할 때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물질 중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 특별전시회 개막식에서 유인촌(왼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파스님은 옻의 내구성과 방수성을 보여주고자 앞서 자개 공예와 옻칠로 재현한 반구대암각화를 경남 양산시 소재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마당 수조에 설치하기도 했다. 암각화 재현품을 이번 전시에 옮겨오지는 못했지만, 옻의 특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한쪽에 수중 회화를 설치했다.

그는 전통 한지 제작에도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수십 년 전 고령의 장인을 찾아가 한지 제법을 익혔고,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통도사에 손수 닥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그 결실의 일부가 전시장에 내걸렸다. 가로 150㎝, 세로 210㎝ 안팎의 대형 한지에 안료와 옻을 섞은 물감을 흘려 붓고 바람에 말려 제작한 작품이다. 붉은색, 녹색, 푸른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불규칙하게 강렬한 형태로 뒤섞여 있다.

먹칠한 검은 종이에 금니(金泥)로 글자를 쓴 금니사경도 눈길을 끈다. 성파스님이 40대 때 작업한 것들이라서 그의 예술 활동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통상 금니는 금박 가루를 아교에 개서 만들지만, 성파스님은 아교보다 신축성이 좋은 민어 부레를 끓여서 만든 풀을 사용했다.

금니사경 전시작은 한없이 크고 깊은 부모의 은혜를 되새기고 이에 보답하라는 붓다의 설법을 담은 경전인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다. 한 글자를 쓸 때마다 세 차례 절하는 ‘일자삼배’로 정성을 쏟았다는 이야기와 검은색과 금색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이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코스모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이밖에 성파스님이 중국까지 가서 수년간 배운 산수화, 서예와 그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옻칠 작품 등 다양한 작업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시를 준비한 실무팀은 매달 통도사를 찾아가 성파스님 작품을 2500점 정도 조사했는데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당연한 듯 성파스님을 성파 작가로, 그의 작업물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스님은 “나는 내가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것(전시품)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생활 속에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밭도 매고 꽃도 가꾸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승려로서 아침에 예불도 모시고 큰절에서의 생활을 다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일(미술 작업)은 따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짬이 날 때 합니다. 이것도 하다가 저것도 하다 보니 나온 것입니다. 산에 나무도 많이 심어놓았는데 가져올 수 없어서 전시를 못 합니다.” (웃음)

성파스님. 
성파스님은 “예술은 세계 공통어라고 말하지 않나. 그림은 본다고 하기보다 독화(讀畵), 읽는 것이라고 한다”며 “내가 이 시대에 많은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남기면, 앞으로 100년 혹은 200년 후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나도 옛날 성현, 심지어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의 말씀을 읽을 때 대화하는 마음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특별전 개막식에는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를 보냈다. 

1939년 경남 합천 출생인 성파스님은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조계종 사회부장·교무부장·규정부장, 통도사 주지, 학교법인 영축학원 이사장, 조계종 원로위원을 지냈고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에 불보사찰인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큰어른)으로 취임했으며 2021년 12월 조계종의 상징적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됐다. 염색, 산수화, 금니사경, 옻칠 등으로 개인전만 20차례를 넘게 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17일까지 누구나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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