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지도자 미술전에 모인 한동훈·유인촌·박찬대·김동연
‘옻칠 장인’ 성파스님의 40여년 화업 총망라하는 작품들 선보여…“바람과 물이 만든 작품들”
11월 17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무료 전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85)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하는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COSMOS(코스모스)’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960년 불교에 입문한 성파스님은 불교미술과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업(화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단독 개인전에서 그는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을 선보인다.
여러 겹의 삼베를 이어 붙이면서 옻을 칠하고 깎아내기를 반복해 칠흑처럼 깊고 검은 기둥 작품들을 비롯해 표면에 거즈처럼 얇은 헝겊을 대고 옻칠을 반복해 완성한 도자기, 안료와 옻을 섞어 만든 물감으로 그린 회화 작품, 옻판에 옻을 칠해 민화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듯한 화려한 그림 등이 전시된다.
성파스님은 옻에 대한 예찬론자요 옻칠 장인이다. 27일 열린 개막식 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옻이라는 물질이 그림을 그릴 때, 예술을 할 때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물질 중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한지 제작에도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수십 년 전 고령의 장인을 찾아가 한지 제법을 익혔고,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통도사에 손수 닥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그 결실의 일부가 전시장에 내걸렸다. 가로 150㎝, 세로 210㎝ 안팎의 대형 한지에 안료와 옻을 섞은 물감을 흘려 붓고 바람에 말려 제작한 작품이다. 붉은색, 녹색, 푸른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불규칙하게 강렬한 형태로 뒤섞여 있다.
먹칠한 검은 종이에 금니(金泥)로 글자를 쓴 금니사경도 눈길을 끈다. 성파스님이 40대 때 작업한 것들이라서 그의 예술 활동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통상 금니는 금박 가루를 아교에 개서 만들지만, 성파스님은 아교보다 신축성이 좋은 민어 부레를 끓여서 만든 풀을 사용했다.
전시를 준비한 실무팀은 매달 통도사를 찾아가 성파스님 작품을 2500점 정도 조사했는데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당연한 듯 성파스님을 성파 작가로, 그의 작업물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스님은 “나는 내가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것(전시품)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생활 속에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밭도 매고 꽃도 가꾸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승려로서 아침에 예불도 모시고 큰절에서의 생활을 다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일(미술 작업)은 따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짬이 날 때 합니다. 이것도 하다가 저것도 하다 보니 나온 것입니다. 산에 나무도 많이 심어놓았는데 가져올 수 없어서 전시를 못 합니다.” (웃음)
1939년 경남 합천 출생인 성파스님은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조계종 사회부장·교무부장·규정부장, 통도사 주지, 학교법인 영축학원 이사장, 조계종 원로위원을 지냈고 2014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2018년에 불보사찰인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큰어른)으로 취임했으며 2021년 12월 조계종의 상징적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됐다. 염색, 산수화, 금니사경, 옻칠 등으로 개인전만 20차례를 넘게 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17일까지 누구나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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