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39년 만에 ‘7광구’ 공동 개발 놓고 논의 재개…공동 탐사 이뤄질지 주목

고도예 기자 2024. 9. 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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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제주 남쪽 대륙붕 7광구에 대한 공동 개발을 논의하는 한일 공동위원회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2002년 이후로 22년째 중단된 한일 공동 탐사가 시작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일은 1978년 협정을 맺고 7광구 공동 개발에 나섰지만 일본이 2002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돌연 탐사를 중단한 뒤로는 개발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27일 열린 회의에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JDZ) 이행 사항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1985년 마지막 회의 이후로 39년 만에 한일이 ‘7광구’ 공동 개발 문제를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 그런 만큼 회의에선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일부 소구에 대해 공동 탐사부터 재개하는 문제가 논의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7광구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려면 실제로 탐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이 마지막 공동 탐사를 한 지 22년이 지났고 그동안 탐사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한 만큼 양국이 다시 한 번 탐사를 시도해볼 만하다는 논리였다. 이런 입장을 토대로 정부는 2009년과 2020년 채굴과 탐사를 담당할 조광권자로 한국석유공사를 선정했고, 일본에도 담당 회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동개발 협정 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978년 맺었던 공동개발 협정은 2028년 6월 유효기간이 종료되고, 내년 6월부터는 일방이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7광구’는 제주 남쪽 바다부터 일본 오키나와 해구 직전까지 이어진 대륙붕 해역이다. 유엔 산하 아시아 극동경제개발위원회가 1968년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에머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2004년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는 7광구 일대에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는 미국 매장량의 4.5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7광구를 일본과 중국보다 앞서 단독 개발하기 위해 선점했다. ‘산유국의 꿈’을 꾸던 박정희 정부가 1970년 6월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고 7광구 관할권이 한국에 있다고 선포한 것. 하지만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해저에서 석유를 파낼 시추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은 기술 강국이었던 일본 손을 잡았다. 한일은 1974년 공동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었고, 협정은 1978년 6월 발효됐다. 이후 한일은 1980년부터 1986년, 2002년 총 두 차례에 걸쳐 공동 탐사를 진행했다. 당시 일부 공구에서 소량의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그런데 일본은 2002년 공동 탐사를 마친 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공동 탐사의 중단을 통보했다. 유전이 발견되더라도 채굴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협정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와 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 탐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본이 7광구 공동개발을 중단한 것은 결국 7광구 관할권에 대한 국제법 판례가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7광구는 한반도 영토와 연결돼있지만 거리상으로는 일본 수역과 더 가깝다. 1970년대에는 대륙붕의 관할권이 그 대륙붕과 연결된 나라에 있다는 ‘대륙붕 연장론’이 대세였지만 1985년 이후로는 ‘중간선 기준 거리가 가까운 나라’에 있다는 ‘중간선 기조’로 바뀌기 시작한 것.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대륙붕을 둘러싼 리비아와 몰타의 분쟁에서 “200해리 이내의 대륙붕 경계를 획정할 때는 거리 개념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결한 ‘리비아-몰타’ 판결이 대표 사례였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일본이 공동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협정을 종료한 뒤 7광구에 대한 단독 개발에 나서려 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일본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7광구의 관할권이 곧바로 일 측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경우 7광구 일대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된다. 한일은 수역을 획정하기 위한 별도의 회담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제중재 재판 등을 받게 될 경우에는 한국이 7광구 관할권과 관련해 지금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7광구 일대를 분쟁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한 중 해양경계획정에 관한 협상에서 7광구에 대해 자국 대륙붕이라면서 한일 간의 공동개발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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