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의 역전 뒤엔… “고이즈미·기시다 지지 의원 표 몰렸다”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일본 차기 총리로 확정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게 27표 차로 밀렸다. 하지만 결선에서 215표를 득표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위만 놓고 결선을 치른다. 이때 당 소속 의원들은 1차와 별개로 결선에 진출한 후보 중 누구를 택할지 재차 판단한다. 1차 때 이시바·다카이치가 아닌 다른 후보를 택한 의원들 표가 결선서 이시바에게 몰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1차 투표에서 3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지지했던 표가 이시바로 몰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이즈미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거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지원을, 다카이치는 스가의 정적(政敵)인 아소 다로 부총재의 도움을 받았다. 이시바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탓에 거물급 인사를 ‘뒷배’로 두진 않았다. 하지만 스가가 지지한 고이즈미를 택한 표들이 결선에서 정적 아소가 지지한 다카이치를 견제하며 이시바로 향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의원과 당원 표를 합산하는 1차 투표에서 고이즈미가 얻은 의원 표는 75표로, 다카이치(72표)·이시바(46표)보다 많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끌다 정치 자금 스캔들 여파로 올해 초 해산한 기시다파 출신 의원들도 선거 직전 “결선에 가면 다카이치가 아닌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고 합의했다고 닛테레 뉴스 등은 보도했다. 매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빼먹지 않는 등 보수 성향이 짙은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오는 10~11월 치를 것으로 전망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기시다파 출신 의원은 47명이다.
다카이치가 지난 4일 ‘선거용 우편 발송을 금지한다’는 당 규칙을 깨고 당원 30만여 명에게 출마 홍보 자료를 보낸 것도 패배 요인으로 꼽혔다. 미야자키 겐스케 전 중의원 의원은 27일 아사히방송에 “다카이치의 행동을 놓고 ‘공정하지 않다’며 비판하는 의원이 많았다”며 “이때 생긴 불신감이 1차에 비해 ‘자유 투표’에 가까운 결선에서 더욱 두드러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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