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기자회견 할 때 아냐… MBK 야합 계약의 배임 의혹부터 밝혀라”
고려아연은 27일 영풍을 향해 이사회의 밀실 야합 계약의 배임 의혹부터 밝히라며 날을 세웠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고배당에 신사업 추진도 한다는 것은 인수 후 고려아연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겠다는 이야기라며 비판했다.
이어 영풍 개인 지분을 0.68%(공시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이 이번 적대적 M&A를 발표하면서 “지난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 경영의 시대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MBK파트너스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한 발언을 지적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한 점과 MBK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부여했다는 점, 또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넘김으로써 MBK에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는 점 등이 영풍에 명백하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사실상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여러 측면에서 영풍에 불리한 계약인데도 그 조건에 대한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공개하지도 않았다”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을 MBK에 양도할 때 콜옵션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3000억원을 차입해 MBK에 돈을 빌려준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고려아연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적대적 인수만 성공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며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 들어간 과도한 차입으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는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하면 배당금뿐만 아니라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 명백하다”며 “이에 앞서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을 매각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 기술 공유를 통해 적극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은 고배당을 약속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으로 미래의 성장과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신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모순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고배당과 신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그리고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하겠다는 건 고려아연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겠다는 얘기에 다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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