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새 총리 이시바, 한·일관계 ‘물 반 컵’ 채울 다짐해야
일본 집권 자민당이 27일 새 총재이자 사실상 차기 총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선출했다. 이시바는 이날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 27표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를 21표 차로 누르고 역전승했다. 이시바는 다음달 1일 임시국회 표결을 거쳐 102번째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시바는 1986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 다양한 각료 경험을 쌓았다. 특히 그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과거사 인식에서도 온건파로 평가된다. 2017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했고, 2019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사태 땐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시바의 총리 취임이 한·일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그는 독도 등 영토 문제에선 입장이 강경하고, 강제징용 문제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배상은 종결됐다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유지한다. 이런 점으로 미뤄 이시바 내각은 전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대외정책 골격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한·일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면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을 무릅쓰고 일본에 일방적·굴욕적 양보를 거듭한 결과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성의에 호응해 ‘물컵의 반잔’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과거사 인식은 오히려 후퇴했다. 이런 식의 한·일관계 개선은 대다수 한국인들이 원했던 게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시바 차기 총리는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한·일관계에는 굴곡이 많았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과 같이 지난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반성을 토대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다짐할 때 양국 관계는 앞으로 나아갔고, 그렇지 않으면 뒷걸음질쳤다. 이시바 차기 총리가 한국과의 개선을 바란다면 한국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게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도 일본의 새 총리 선출을 계기로 국민적 동의에 기반한 대일 외교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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