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간호사 골수 채취 의료법 위반 사건 공개 변론…역대 4번째

간호사가 골수 채취를 하면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공개 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것은 역대 4번째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조선DB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다음달 8일 오후 2시 의료법 위반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이 소부 사건 공개 변론을 실시하는 건 지난 2022년 3월 27일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으로, 소속 의사들이 종양전문 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검수 검체를 채취하는 ‘골막 천자’를 시켰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골막 천자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뼈의 골막을 뚫어 골수를 채취하는 행위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들도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1심은 재단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종양전문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나 위임 아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직접 수행한다면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공개 변론의 쟁점은 골막 천자의 법적 성격이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진료보조 행위를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지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위임할 수는 없다.

만약 골막 천자를 의사만 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로 본다면, 간호사의 골막 천자는 무면허 의료에 해당하게 된다. 반면 골막 천자를 절대적 의료행위가 아닌 ‘진료보조 행위’라고 판단하면, 의사의 적절한 지시·감독이 있었는지도 따져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또 골막 천자를 한 간호사가 의료법상 ‘전문 간호사’였는데, 이들에게 허용되는 진료보조 행위의 범위를 일반 간호사와 다르게 볼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날 변론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청취할 예정이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는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과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이 출석한다. 피고인 측 참고인으로는 윤성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배성화 대구가톨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교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