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의료개혁, 시민 의료 접근권만 떨어뜨릴까 우려스럽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3년간 1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 수가가 현행보다 50% 인상된다. 이번 발표는 앞서 수련환경 개선과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던 것과 별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와 필수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혁하는 것은 당연히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비급여 통제 방안과 공공의료 강화 없이 수가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정부는 27일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5~15%가량 축소하고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늘리는 내용의 ‘상급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환자실 수가와 2~4인실 입원료가 50% 인상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약 910개의 수술 수가와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료도 50%가량 올린다. 이에 따라 중증 암 수술, 뇌혈관 수술 등 난도가 높은 수술, 응급 수술 등의 수가가 높아진다.
업무의 중요성과 난도에 비해 중증·필수의료의 보상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가를 올린 만큼 중증·필수의료 전문의가 늘어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 인상분이 과잉·비급여 진료 수익을 따라잡을 수 없는 한 병원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필수의료는 계속 뒤로 밀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9년 흉부외과 수가를 2배 인상했음에도, 흉부외과가 여전히 기피 과목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실손보험·과잉진료 통제에도 나서겠다고 했지만, 크게 체감될 만큼 눈에 띄는 대책은 없다. 오히려 정부는 보험사가 비급여 심사를 하고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직접 보험사에 청구하는 직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간보험을 보충형 보험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경쟁형 보험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 우려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정책으로 인해 더욱 악화할 건보 재정도 걱정이다. 정부는 의료대란 이후 이미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1조2000억원을 썼다. 여기에 수가 인상 및 의대 교육시설 개선에 향후 수십조원의 건보 재정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법에 규정된 건보 재정 국고 지원율도 지키지 않고 있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건보 보장성을 낮추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낮추고, 오히려 민간보험이 팽창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모든 우려는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기본적으로 의료를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서 발생한다. 의사 수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것이고, 수가를 올려주면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이다. 수많은 환자의 불편과 희생 위에 추진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끝이 어디일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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