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정 사건’ 진실규명 뒤집기에…진화위 야당 위원 “특별 재심해야”
유족 “전쟁 나자마자 부역할 새도 없이 끌려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국방경비법 위반 군법회의 사형 판결문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진실규명이 완료된 사건을 재조사 중인 가운데, 진실화해위 야당 추천 위원들이 기자들과 만나 재조사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는 학살 희생자의 유족들도 참석했다.
진실화해위 이상훈·이상희 위원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백락정 재조사 사건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쟁의 광기 속에 압도적인 물리력을 이용한 보도연맹원 학살 등의 국가폭력뿐만 아니라 사법절차의 외피를 쓴 국가 폭력, 즉 법률적 학살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재조사가 진행 중인 충남 남부지역(부여·서천·논산·금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백락정(1919년생)의 조카 백남식(75)씨, 역시 군법회의 사형판결로 아버지를 잃은 전미경(75, 옛 이름 전숙자) 대전 산내사건 피학살자 유족회장도 참석했다.
애초 1950년 7월1~17일 사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됐다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진실 규명이 결정됐던 백락정씨 사건은, 군법회의 사형 판결문이 발견되며 지난 6일 재조사가 의결됐다. 판결에 의한 사형이라는 이유로 이미 학살로 진실 규명된 사건이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군법회의 사형 판결을 이유로 재조사를 하는 건 개인적인 억울함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진실화해위가 군법회의 판결문을 10여개 이상 모은 것으로 아는데 이들을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할 게 아니라 특별 재심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를 개별적으로 따지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재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1기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62년까지 국방경비법 제32조(이적죄), 33조(간첩죄)에 의해 판결받은 피고는 약 2만3000명(제주도 군법회의 피고 1600명 제외)이며, 이 중 90%는 민간인이었다. 2만여 명 중 약 30%(7300명)는 사형을, 10%(2100명)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단심제와 신속한 집행으로 사형이 남발됐는데, 오전에 검사가 구형하고 오후에 판사가 선고한 뒤 당일 바로 사형집행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백락정의 조카 백남식씨는 “1950년 6월30일 밧줄로 결박되어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서천군 시초 지서에서 가족들과 면회했던 작은 아버지가 1951년 1월6일에 사형선고를 받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쟁 나자마자 부역을 할 새도 없이 끌려갔는데 6개월간 어디 있었단 말이냐. 체포기록과 수감기록, 시신처리기록을 찾아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경 산내사건 피학살자 유족회장은 “저의 경우 60줄 넘어서 아버지가 군법회의에서 사형 집행당한 걸 알았다. 판결문을 받는 순간 관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며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나왔지만, 내가 직접 조사해 판결문이 엉터리였다는 걸 알아내 재심까지 받아냈다”고 말했다. 1기 진실화해위는 전 회장 아버지 전재흥(1927년생)에 대해 한차례 진실규명 불능을 했다가 재상정 끝에 2010년 12월 진실규명 결정을 한 바 있다. 해당 결정문에는 “본 사건의 경우 고등군법회의(단심제)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지만, 당시 군법회의의 설치 근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군법회의 재판 및 사형집행 과정에서 절차적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적혔다.
이상희 의원은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강제실종 협약에 가입했다. 군법회의에서 재판하고 사형선고 내리고 집행을 했는데 70년 이상 강제실종 형태를 만든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국방경비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공포 관련 자료는 없지만 그냥 법이 유효하게 성립한 걸로 인정했을 뿐이며, 민간인 적용문제와 단심제 등 위헌 논란이 이는 조항에 대한 판단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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