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될 뻔한 다카이치...아베 계보 이을 강경보수 입지 다져
27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계보를 이을 강경 보수 정치인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게 됐다. 다음 총재 선거에선 유력 후보로 재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카이치는 이날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당원·당우(의원을 후원하는 정치 단체 회원)로부터 109표(전체 득표율에 따라 비례 배분), 여기에 국회의원 72명의 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당원·당우 표 중에 약 30%가량을 확보했다. 당초 자민당 내부에선 ‘이시바가 당원에겐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란 인식이 파다했는데 다카이치가 이시바(29%)를 넘어서며 최다 득표했다.
다카이치는 선거 기간 “금융 완화 정책을 펴는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 정책)를 계속 이어가겠다”, “총리가 되어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말하며 ‘아베 계승’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강경 보수 성향 당원들을 결집하는 데 주력해왔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이다.
다카이치는 여성이면서도 대부분의 후보가 찬성한 ‘선택적 부부 별성’(부부가 원할 시, 결혼 전 성씨를 그대로 쓰는 것) 제도를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자민당 당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40%는 이 제도에 찬성했지만 강경 보수 당원(약 30%)은 끝까지 반대했다. 다카이치는 강경 보수 당원의 표심을 노린 것이다.
다카이치는 파벌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무파벌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총재 선거 입후보에 필요한 국회의원 추천인 스무 명을 모으지 못할 정도로 열세였다. 이후 구(舊) 아베파 의원 14명이 그의 편에 서면서 마감일 직전에 추천인 숫자를 맞췄다.
3년 전 총재 선거 당시에는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 경쟁해 3위를 차지했지만 아베파가 해산되면서 이번엔 사실상 ‘뒷배’가 없었다. 일본 언론은 추천인 모집에도 고전하는 다카이치에 대해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에겐 홀로서기의 시험대”라고 했다. 일본의 한 정치인은 “다카이치가 현재 해산된 구 아베파를 재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열성 당원의 지지와 인기를 스스로 증명한 만큼, 당내 발언력이 예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했다.
1961년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난 다카이치는 고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명문 정치학교인 마쓰시타정경숙(5기)을 다녔다. 1989년부터 아사히TV·후지TV 등에서 뉴스 진행자로 활동했다. 1993년 무소속으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고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9선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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