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8%가 빈곤층···IT강국 환상 깬 ‘인도의 민낯’

정혜진 기자 2024. 9.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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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인도(아쇼카 모디 지음, 생각의힘 펴냄)
美서 'CEO 수출국' 명성 불구
3명 중 1명은 구직활동도 안해
여성 경제 참여율도 최악 수준
印 내부의 처참한 실상 드러내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1900년대 초 3000여 명의 인도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인절아일랜드를 통해 입국했다. 아시아 지역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 첫 관문인 이 섬은 물살이 거칠어 배가 정박하기도 어렵고 최장 1년에 달하는 입국 심사 및 수용소 생활을 거쳐야 했다. 처참한 생활이었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나 인도인은 미국 내 수많은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확보했다.

수학과 공학에 있어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도공과대학교(IIT) 출신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약을 펼치면서 ‘최고경영자(CEO) 수출국’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정치권에서도 탄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 최대 단체 중 하나인 ‘임팩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선출직으로 활동하는 인도계 미국인은 2000년 단 5명에서 2022년 기준으로 176명까지 늘어났다. 미국 대선에서도 인도계 미국인들의 표는 중요하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인도계 혈통이며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의 배우자인 우샤 밴스는 인도계 미국인 변호사로 인도계 미국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이라는 무대에 조명을 둔 채 바라본 인도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비상’을 이루고 있다. 2008년부터 중국이 인재 귀환 프로젝트인 ‘천인 계획’을 본격화한 뒤 중국 인재들이 빠진 자리를 십년 넘게 완벽하게 메꾼 것도 인도계 인재들이었다. 인도 사회의 하층민이 상류층으로 진입하려는 열망을 다룬 영화 ‘화이트 타이거’ 속의 신분 상승 욕망이 미국 내 주류 사회에서는 현실화 된 모양새다. 여기에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인도의 IT 허브인 벵갈루루의 눈부신 발전상은 ‘부상하는 강대국’ 필터를 한층 강력하게 해준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계 미국인으로 개발경제학에 정통한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 같은 시각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는 신간 ‘두 개의 인도(생각의 힘 펴냄)’을 통해 인도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인도가 어떻게 내부적으로 망가지고 있는지를 인도 독립 이후 75년간의 역사와 함께 다뤄낸다. 원제는 ‘인도가 망가졌다(India Is Broken)’로, 이 같은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담겨져 있다.

40년 간 인도 밖에서 외부인의 시각으로 개발경제학을 연구한 그의 눈에는 인도의 내부적 상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실업 상태다. IT는 전체 일자리의 한자릿수에 불과한 비중이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업과 건설업, 운송업 등은 지지부진하다. 그에 따르면 인도의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10억명을 기준으로 볼 때 3명 중 1명 꼴에 해당하는 3억3000만 명은 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다.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이들 일자리의 상당수는 가족 농장의 무급 일자리에 해당된다. 앞으로 10년 간 1억 5000만~1억 7000만 일자리를 창출해야만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기존에 하루 1.90 달러를 쓸 수 없다면 절대적인 빈곤으로 봤다. 이 수치는 2017년에 3.20달러로 늘었다. 모디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1.90~3.20 달러 사이 구간에서 빈곤한 삶을 영위하는 인도인은 38%에 달한다. 그는 IT의 첨병으로 부각된 남부 인도 주가 인도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비하르,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우타르프라데시 등 빈곤한 북부 네 개주 ‘BIMARU’의 인구가 인도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게 인도의 실상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IIT같은 공과대학의 우수성을 대부분의 대학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인도의 실상이라는 것.

인도의 산업 지형도를 불균형하게 만든 최초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일본이 패전 이후 수출국으로 명성을 떨치기 전까지의 시기 동안 인도에도 분명 기회가 있었다고 강조한다. 섬유 산업을 비롯한 경공업을 부흥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가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외면한 채 중화학 공업에 치중하면서 일자리를 대거 확보할 기회를 놓친 부분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여성에 대한 교육 시스템 부재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1955년과 비교해 오히려 떨어졌다. 모디에 따르면 1955년에는 인도 여성의 39%가 일자리를 갖고 있었으나 2005년 이후에는 30%선이 무너졌다. 총체적 난국 속에 인도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모디 저자는 ‘달라진 시민 의식’에서 찾는다. 악의적인 에너지를 무슬림과 싸우는 데 쏟거나 카스트 제도를 고착화하는 데 쓰는 대신 교육과 미래 발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 그가 600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내비친 유일한 희망의 신호다. 3만2000원.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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