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삐삐 기술의 탈선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4. 9.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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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호출기 '삐삐(Pager·페이저)'는 약 100년 전 태어났다.

삐삐는 날로 발전했다.

1960년대 들어 모토롤라가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소형 삐삐 개발에 성공했고 1970년대에는 음성 메시지 전달 기술이 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휴대전화의 급격한 보급으로 삐삐 사용자 수는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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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호출기 '삐삐(Pager·페이저)'는 약 100년 전 태어났다. 1920년대 미국 경찰은 '일방향 무선 전송 장치'를 시범 보급했다. 경찰 본부가 긴급 상황 시 신호를 보내면 차량에 탑재된 무선 전송 장치가 알람을 울렸다. 경찰관이 공중전화로 달려가 본부에 전화를 걸고 지시를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1940년대 워키토키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현대적 삐삐는 루마니아계 유대인 알 그로스가 1940년대에 만들었다. 그는 통신의 마법사였다. 양방향 통신 장치인 워키토키, 비밀 통신을 위한 무선통신인 '조앤·엘리너 시스템'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로스는 2차 대전 직후 '그로스일렉트로닉스'를 창업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삐삐를 발명했다. 긴급 호출이 필요한 병원들이 가장 먼저 환호했다. 뉴욕에 있는 한 유대인 병원이 첫 고객이었다.

삐삐는 날로 발전했다. 1960년대 들어 모토롤라가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소형 삐삐 개발에 성공했고 1970년대에는 음성 메시지 전달 기술이 등장했다. 또 1980년대에는 더 넓은 곳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와이드 에어리어 페이징 기술'이 나타났으며, 1990년대에는 키보드까지 탑재한 양방향 문자 삐삐가 태동했다. 삐삐로 오가는 숫자는 '삐삐 용어'로 불렸다. 012는 영원히, 100003은 만세, 1254는 이리오소를 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휴대전화의 급격한 보급으로 삐삐 사용자 수는 급감했다. 한때 이름을 날리던 삐삐 제조기업들은 오늘날 '진동벨'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잊히던 삐삐….

레바논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파수 신호를 받아 소리와 진동을 울리던 삐삐가 폭발장치를 작동시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이다. 삐삐를 개발한 유대인 발명가 알 그로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발명은 단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로스가 하늘에서 통탄할 일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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