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헤어담당 “왕따 당했단 말에 콧방귀”[단독 인터뷰①]
강주일 기자 2024. 9. 27. 17:43
“왕따? 그 말에 왜 난 콧방귀가 뀌어졌을까요?”
왕따·괴롭힘 논란 끝 해체된 그룹 에이프릴의 헤어를 담당했던 스타일리스트가 곽튜브 영상으로 또 다시 불거진 ‘이나은 왕따 주도설’에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제는 진실이 밝혀졌으면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사건”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A씨는 당시 에이프릴이 소속돼 있던 DS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미용실에 근무했으며, 에이프릴의 연습생 시절부터 왕따 폭로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수년간 이들의 헤어를 담당했다. 그는 멤버들을 거의 매일 만나 마주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Q. 에이프릴과 어떤 관계인가?
A. 연습생 때부터 왕따 폭로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인 2020년 11월까지 멤버들의 헤어를 맡았다. 회사 관계자들과 콘셉트나 스케줄에 대해 의논하고 헤어스타일링도 했다. 현장엔 다른 스태프들이 많이 따라 나갔지만, 활동 시기엔 거의 매일 새벽 숍에서 만났다고 보면 된다.
Q.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현재 지방에 내려와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지내다 보니 몇 년간 연락도 못 하고 지냈다. 아이들(에이프릴 멤버들)이 잘못한 게 없으니 언젠간 오해가 풀리고 잘 되겠지 했다. 그런데 이번 일(곽튜브 대리용서 사건)이 터지고 나은이가 너무 걱정됐다. 사람이 억울하게 오해를 받으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나. 그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이 와야 하는데 다시 한번, 아니 더 크게 안 좋은 상황이 온 것 같았다. 젊은 아이가 감당하기 버거울 것 같아서 나라도 나서야 겠다 생각했다. 대중이 진실을 알지 못해 한쪽만 나쁜 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았다.
‘요정’ 이미지로 사랑 받은 그룹 에이프릴은 지난 2021년 배우전향을 선언하고 탈퇴한 이현주의 남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나의 ‘왕따·괴롭힘’ 피해를 폭로한 뒤 가해 의혹에 휩싸였다. 이현주 역시 자신의 SNS에 수 년간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친구들까지 나서 이현주를 옹호하며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이후 소속사 DSP가 이현주와 온라인게시판에 글을 쓴 이현주 남동생, 그리고 이현주의 친구 2명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했고, 에이프릴 멤버 중 김채원, 이나은, 양예나가 각각 이현주를 고소했다. 총 7건의 고소가 이뤄졌지만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불송치 됐다. 당시 ‘불송치 결정문’을 해석하면 양 측의 주장이 엇갈려 ‘왕따와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음으로 풀이되지만, 해당 사건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고, 멤버들은 뿔뿔히 흩어져 개인 활동 중이다.
Q. 2021년 이현주 동생의 폭로 당시는 왜 가만히 있었나.
그 사건 터지고 다들 ‘올 게 왔구나.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했었다. 당시 화살이 다른 멤버들에게만 쏠려 있었다. 도와주려고도 했지만 내가 되려 비난을 받았다. 당시 소속사가 현주 남동생과 친구 등을 고소하면서, 나도 당시 상황 등을 사실대로 적은 의견서 같은 것을 쓰긴 했다. 이후엔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모른다.
Q. 에이프릴은 어떤 그룹이었나.
성격 좋은 아이들이었다. 내게도 진실하게 다가왔고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내게 감동도 주고 아이들 덕분에 많이 웃기도 했다. 연습생 때부터 일하는 내내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에이프릴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현주 이름이 거론됐다. 현주가 연습에 안 나왔다든지, 뭘 따진다든지 같은 문제였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이럴거 같으면 아이돌 하지 말았어야지 왜 저렇게 다른 멤버들한테 피해 주고, 항상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받고 싶어할까 생각했다.
Q. 에이프릴에 왕따와 괴롭힘 있었나?
A. 없었다. 현주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멤버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됐는지 안타깝다. 당시 옆에서 지켜봤을 때 현주는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아이였다. 따로 노는 느낌은 있었지만 왕따라기 보단 친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현주는 몸이 자주 아팠다. 몸이 안 좋을 순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 않나. 음악 방송 펑크 같은 건은 신인에겐 리스크가 큰 부분이지 않나. 그런 일들 때문에 트러블은 있었을 것으로 본다.
Q. 음악 방송 펑크 당시를 자세히 말해 달라.
A. 옆에서 지켜보기 매우 안타까웠다. 현주가 잠수타서 음악방송 펑크 냈을 땐 멤버들과 끌어안고 나도 같이 엉엉 울었었다. 이 아이들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부모 형제 친구들도 못 만나고 몇 년을 얼마나 부지런히 달렸는지 모른다. 스태프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럼에도 애들은 너무 착해서 내 앞에서 현주 욕을 하지도 않았다. 매니저 통해 물어보니 ‘현주가 아팠다’고 하더라.
Q. 그럼에도 왕따가 없었다는 건가.
현주는 모든 스태프가 자신 아닌 다른 멤버와 가까이 지내는 걸 용납 못 하는 성격이었다. 작은 일례로 내가 다른 멤버들과 안부를 묻거나 얘기라도 할라치면 다가와서 대화를 단절시키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괴롭혔다. 이번 일에 가해자, 피해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수년간 지켜본 사람으로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꼈다’고 말하고 싶다. 멤버들은 전혀 가해자 위치가 아니다. 5명이 1명을 왕따 시키고 괴롭힌 게 아니라 1명이 5명을 괴롭히는 얼토당토않은 상황이 벌어진 거다. 현주는 본인이 피해자라 외칠 만큼 피해받은 것 없다고 본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괴롭힘 당했다고 생각한다.
Q.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꼈다’고 말하는 이유는?
학창 시절을 돌아보라. 나와 맞지 않는 친구와는 잘 놀지 않게 된다. (이현주가) 혼자 너무 튀는 행동을 많이 하니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니 멤버들과 돈독함 없을 수 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와 억지로 가까워질 순 없다. (아이돌 그룹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가야 하는데, 한마음으로 움직이지 않다 보니까 아무래도 끈끈함이 그 친구와는 부족했을 거다. 현실적으로 그게 맞지 않나. 한집에 살면서 24시간 붙어 있는데, 누군가 한 명이 툭 하면 잠적하고 툭하면 연습을 빠진다면 5명이 힘들지 그 한 명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그룹에서 왕따와 따돌림을 당했다고 토로하면 ‘아, 얘가 이렇게 힘들었나’ 그런 생각 들어야 하지 않나. 근데 왜 난 콧방귀가 뀌어졌겠는가.
Q. 멤버들이 힘들다고 표현한 적 있나.
A.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왕래 없으니 큰언니, 엄마 느낌으로 내게 의지했다. 스케줄상 거의 매일 보니까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안다. 특히 나은이는 그 어린 나이부터 속 깊은 아이였다.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도 않고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 때문에 고통받고 힘든 걸 이겨내기 힘들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하고 힘든 마음만 토로했다. 바보 아닌 이상 굴러가는 상황 보면 누구나 안다. 누구 때문에 아이들이 힘든지. 당시 내가 애들 얼굴이 안좋으면 ‘왜 어제 또 현주가 뭘 했는데?’ 하고 물을 정도였다. 그때 아이들 나이가 17살, 18살이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이프릴을 지키고 싶어 쉽게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다 감정이 드러나는 친구 있으면 말없이 안겨서 울기도 하고, 새벽에 숍 입구에 들어서서 눈 마주치자마자 울음이 터져 엉엉 울기도 했다. 당시 나는 잘 이겨내보자, 버텨보자며 다독이는 것밖에 못했다. 내가 볼 때 아이들은 에이프릴이란 그룹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Q. 아이돌그룹에서 왕따와 괴롭힘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허위사실, 이 일을 허위사실로 표현해야 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진실이 아닌 사실로 누군가 너무 오래 큰 고통을 받는 것 같다. 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나은이를 비롯한 멤버들이 이전 짐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또 씩씩하게 이겨내길 바란다.
충격반전…에이프릴 스태프 5인 “왕따 사건? 가해자가 된 피해자”[단독 인터뷰]
에이프릴 데뷔부터 해체까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관계자 5인을 스포츠경향이 만나 물었다.
기사 원문 보기‘왕따 논란’ 에이프릴 전 관계자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건”[단독인터뷰②]
걸그룹 에이프릴의 소속사 전 관계자가 ‘집단 따롤림·괴롭힘’ 사건에 대해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기사 원문 보기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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