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7광구’ 공동 개발회의 39년 만에 개최…“협의 지속할 것”

박민희 기자 2024. 9.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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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천연가스 생산을 본격 시작했을 당시의 ‘동해-1 가스전’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대륙붕 ‘7광구’ 공동 개발을 위한 회의를 39년 만에 개최했다.

한·일은 27일 도쿄에서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국 쪽에서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일본 쪽에서는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 협정 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며 “정부는 협정 관련 양국 협의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회의에서 과거 사업 경과를 평가하고 공동 개발 가능성 등 주요 사안에 대한 기본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39년 만에 개최된 이번 공동위원회는 ‘7광구’ 한·일 공동 개발의 근거가 되는 ‘공동개발 협정’의 효력 만료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열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7광구는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의 대륙붕이 중첩되는 지역으로, 석유, 가스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1969년 유엔 아시아극동경제개발위원회가 “한국의 서해와 동중국해(제주도 남쪽부터 대만에 걸쳐 있는 서태평양의 연해) 대륙붕에 세계 최대 석유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1970년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7광구를 설정하며 단독 개발에 나섰다. 그러자 일본이 반발했고, 1974년 한·일 양국이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한·일 양국은 협정에 따라 1978년부터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와 일본석유산업단이 시범적으로 7개 시추공을 뚫고, 3차원 입체 물리탐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로 변했다.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대륙붕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일본에 유리한 ‘중간선’ 기준으로 바뀌면서부터다. 1978∼1987년과 2002년 등 두 차례 공동탐사에서 경제성을 갖춘 유정이 발견되지 않자, 일본은 더는 조광권자(자원 탐사·채취를 허가받은 자)를 지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공동 개발에서 발을 뺐다. 공동위원회도 우리측 개최 요구에도 1985년 5차 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다가 이번에 일본이 협상에 응하면서, 39년 만에 6차 회의가 열렸다.

50년 기한의 이 협정은 2028년 6월까지가 유효기한인데 만료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일본 쪽이 주장하는 소위 중간선을 바탕으로 한·일이 다시 광구 개발권을 조정하게 된다면, 지리적으로 일본에 좀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7광구의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에 속하게 되기 때문에,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독자 개발을 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본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데도 큰 위험성이 있다. 이미 7광구와 인접한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오키나와해구까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관할권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 해역은 한·중·일의 해양 분쟁이 직접적인 갈등으로 표출되는 최전선이 될 우려가 크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은 더 강하게 치고 들어올텐데 이것을 어떤 수단으로 저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다”며 “따라서 재협상을 한다고 해도 협정 체계를 유지하면서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이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해도 7광구에 대한 권한이 일본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제법에 따라 7광구는 한·일 대륙붕 권원이 중첩되는 수역이기 때문에 협정이 종료되면 ‘경계 미획정 수역'이 되고, 상대국인 한국의 동의 없이는 일본이 개발권을 독점하거나 일방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배경 때문에 39년만에 열린 이번 공동 위원회를 계기로 한·일이 협정의 연장 또는 종료와 관련해 어떤 논의를 진행할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이번 공동위가 협정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를 위한 것은 아니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 성격에 대해 “실무적 사항을 논의하는 협의체”라고 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 재협상이 논의될지 질문받자 “이번 회의는 협정의 실시에 관한 사항 등을 협의하는 것이지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신형철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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