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스트레스" 한국인 56% '뉴스 회피'
뉴스 보지 않는 이유로는
'언론사 정치적 편향' 1위
'보고 싶지 않은 인물' 2위
'정치 뉴스 너무 많아' 3위
오늘날 전 세계인 10명 중 4명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 과거 부모가 신문지를 넘기며 정독하거나, TV로 '9시 뉴스'를 시청하는 풍경은 이제 옛일이 됐고, 이는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더 심각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무려 한국인 10명 중 6명이 뉴스를 회피한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뉴스를 보지 않거나 특정 카테고리의 뉴스를 피하는 현상'을 언론학 용어로 '뉴스 회피'라고 하는데, 이런 경향이 한국에서 유독 강한 것이다.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스 회피 현상과 언론사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김영주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뉴스 회피자의 56%가 뉴스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회피한다고 응답했다"며 "언론사나 언론인 입장에서 만든 '좋은 뉴스'가 독자에게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있으므로, 독자 입장에서 '좋은 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재단이 한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뉴스 회피 이유 1순위로 나타났다. '뉴스 회피자들은 왜 뉴스를 회피할까'를 묻는 문항에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어서(3.79점, 5점 척도)'란 응답이 첫 번째였다. 2위는 '보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 나와서(3.78점)' '특정 주제(정치 등)가 너무 많이 나와서(3.73점)'가 뒤를 이었다.
'낚시성 뉴스가 너무 많이 나와서(3.49점)' '뉴스의 수준이 낮아서(3.25점)' 등의 응답도 적지 않았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사람들은 보기 싫은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바꾸거나 특정 신문을 아예 피해버린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뉴스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는데, 이를 참고하면 '사람들이 어떤 뉴스를 좋아할까'에 대한 언론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설문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있는 뉴스'로 응답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뉴스(55.8%)'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뉴스(46.1%)' '문제 지적이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뉴스(45.4%)'라고 답했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39.2%)' '복잡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뉴스(33.8%)' 등의 답도 있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뉴스 이용자들은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많이 쏟아지는 반복적인 뉴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뉴스들은 언론에서 좋다고 판단하는 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뉴스 회피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언론인과 언론사는 본연의 문제를 자각하고 '어떻게' 독자들이 원하는 '좋은' 뉴스를 독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뉴스 사용자가 아닌 뉴스 회피자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루스 팔머 스페인 IE대학 교수가 영상으로 참여했다. '뉴스 회피 현상, 세계적 동향'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팔머 교수는 "사람들은 뉴스가 나를 찾아야 하지, 내가 뉴스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뉴스 이용자들은 더 이상 자기 주도적으로 뉴스를 찾으려 하지 않고, 표출되는 뉴스만 접하려 한다. 정보는 도처에 있고 인터넷도 빠르기 때문에 원하는 뉴스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팔머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6%가 뉴스 회피자다. 이들은 대개 '젊은 계층, 사회적 하위 계층, 정치 무관심자'로 조사됐다. 팔머 교수는 "뉴스 회피 현상의 당사자인 언론은 뉴스 회피자가 누구인가(정체성), 뉴스 회피자는 주로 무엇을 믿는가(이데올로기), 뉴스 회피자는 미디어를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이용하는가(인프라스트럭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뉴스를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본질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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