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목소리 실종된 국가인공지능위원회…AI 위험성 견제할 인사도 누락
시민단체 인공지능 윤리 전문가는 전무
대통령실 “분과위 추가 인선 반영” 해명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미국·영국 등 해외 주요국의 AI위원회 사례와 비교할 때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 인사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견제할 윤리 분야 전문가 등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과 1차 회의를 주재했다. 이곳은 8년 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 대국을 펼쳤던 장소다.
문제는 민간위원 30명이 대부분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와 특정 대학 교수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민간위원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LG, 카카오 등 국내 최고 기술기업과 카이스트·서울대 등 유수의 대학 교수 등이 포함됐지만 시민단체나 기술 윤리 전문가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한 카이스트(5명)와 연세대(4명) 등 특정 대학의 교수가 중복으로 위원회에 포함된 점은 미국이나 영국의 인공지능자문위원회와 다소 다른 점으로 지적된다.
그 결과 구성도 기술분야 시민단체 관계자와 인공지능 윤리 전문가를 다수 포진시켰다. 미국 NAIAC에는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을 세계 최고의 AI 기술기업부터 유수의 대학 교수 외에도 인공지능 윤리 전문가,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관 관계자 등이 균형있게 포함됐다.
또 교수진 가운데도 기술 전문가 뿐만 아니라 철학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 미국은 향후 5년간 총 250억유로(약 35조원)를 투자하라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권고한 프랑스의 AI위원회 보다도 시민사회 분야 관련 위원들의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영국 인공지능자문위(AI Council)도 기술분야와 관련한 시민사회 활동 이력이 있는 인사부터 케임브리지대 교수, 세계 3대 인공지능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앨런튜링연구소 박사,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임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 같은 영국에서도 특정 대학의 교수가 위원회에 중복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은 향후 추가될 분과위원 등에 시민대표 등 다양한 위원을 위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위원회에 시민사회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간위원 중에도 인공지능 윤리나 안전 전문가가 충분히 계시고, 앞으로 추가 위촉할 분과위원회의 AI 위원 중에는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분야의 전문가, 가능하다면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을 위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 김승환 대표가 위원회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소비재 기업의 경우 산업의 AI 전환이라고 하는게 정보통신 기업·산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라며 “CES(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 혁신상 수상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K-뷰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업의 AI 전환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사례”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분야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밝히고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인공지능 분야에 총 65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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