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고려아연 분쟁…“경영 정상화” vs “약탈적 기업사냥”

오연서 기자 2024. 9.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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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그룹 내 동업자의 다툼이 법정으로 이어졌다.

영풍 쪽 변호사는 "애초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무분별하게 투자해서 고려아연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급격하게 훼손했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최 회장은) 어떻게든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자기 주식을 취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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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 회장이 수익성·재무 구조 훼손”
고려아연 “사모펀드에 지분 넘겨 경영권 뺏으려 해”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그룹 내 동업자의 다툼이 법정으로 이어졌다. 영풍의 주식 공개 매수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으로 맞대응하려 하자 영풍이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다.

먼저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 쪽은 최윤범(49) 고려아연 회장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지분확보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고려아연 쪽은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건 고려아연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기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 취득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고려아연 쪽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27일 오전 영풍 쪽이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 기일을 열었다. 법무법인 세종 등 대형로펌 변호사들만 모두 30명 가까이 참석해 대법정을 채웠다.

앞서 영풍은 지난 13일 엠비케이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영풍 쪽은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올렸다. 이를 통해 확보하려는 지분은 최소 7%에서 최대 14.6%다. 2조4천억여원까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역대 최대 공개매수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그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에 해당하면 공개 매수 기간(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동안 장내에서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된다.

고려아연 역시 맞대응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들이 영풍 쪽과 특별관계를 해소했다’고 공시했다. 영풍과 더이상 계열사 등의 특별관계가 아니므로 최 회장 쪽이 개인 자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영풍 쪽은 특별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최 회장 등이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만약 법원이 영풍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최 회장 쪽은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장형진 영풍 회장 일가로 33%가량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최 회장 쪽 지분은 15%이지만 우호 지분을 합치면 장 회장 쪽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이날 양쪽은 각각 10쪽이 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재판부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주식 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의 이유가 주된 내용이었다. 영풍 쪽 변호사는 “애초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무분별하게 투자해서 고려아연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급격하게 훼손했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최 회장은) 어떻게든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자기 주식을 취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쪽 변호사는 “영풍은 아예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겨서 자본의 힘으로 눌러서라도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런 약탈적 의도가 공개매수의 본질”이라며 “영풍의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엠앤에이(M&A)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오전까지 양쪽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은 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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