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 이시바…한·일 과거사 문제 전향적 입장 표명할까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부정적…참배 안해
한국 정부에 ‘성의 있는 호응’ 가능성은 낮아
헌법 내 전력 보유 금지 조항 삭제 주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자민당 신임 총재에 당선되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달 1일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
이시바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아 현재의 한·일 관계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밀착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러한 정책은 자민당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한국과 관계, 한·미·일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자민당 내에서도 환영받고 있기 때문에 신임 총리가 굳이 한·일 관계 기조를 바꿀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내에서 과거사 문제에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시바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실제 참배를 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곳이다. 이날 총재 선거 결선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총리가 된 이후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은 물론 중국 및 미국과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일본 총리가 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당시 한국과 중국이 거세게 항의했고 미국 또한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라며 강한 수위로 비판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판결 관련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는 등 양보를 한 것에 이시바 총재가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나 조치 등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시바 총재가 일본에서 강경 보수를 제압할 정도의 리더십이나 두터운 지지층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는 정도로 유지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시바 총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독도 영유권도 주장한다. 그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구축과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하는 ‘핵 공유’도 주장했다. 일본 헌법에 있는 전략보유 금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재 자민당이 추진하는 헌법상 지위대 근거 명시에서 더 나아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규정하는 조치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은 물론 주변국과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이시바 총재 당선을 두고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라며 “그간 한·일 정상 간 굳건한 신뢰 및 소통을 기반으로 한·일관 계가 개선·발전해온 바, 신임 총리와도 활발히 교류를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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