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시론] 세금이라고 다 같은 세금이 아니다
(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상속세 세율을 좀 낮춰보자는 의견들이 종종 제기되지만, 이에 대해 나오는 가장 강력한 반론은 왜 공짜로 상속받은 돈에 대한 세율이 땀 흘려 번 돈에 매기는 세율보다 더 낮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10억원을 상속할 때의 상속세 세율은 30%인 데 반해 연봉 10억원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 세율은 40%를 넘는다. 각종 공제를 반영해 실제 세금을 계산해 봐도 10억원에 대한 상속세보다 연봉 10억원의 근로소득자가 내는 세금이 더 많다.
뭐든지 땀 흘려 번 돈과 비교하자는 이 주장은 정서적으로 너무 설득력이 강해 상속세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도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연봉에 매기는 세율과 같은 종합소득세율로 계산하도록 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역시 마찬가지 정서를 반영한 결과물일 것이다.
이 같은 정서는 우리나라의 세법 곳곳에 녹아있다. 세금 가운데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건 로또 당첨금에 대한 세금(33%)과 해외주식에 투자해 번 돈에 대한 세금(22%), 그리고 국내주식에 투자해 번 돈에 대한 세금(0%)뿐이다.
물론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은 이미 한 번 세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번 돈이므로 거기에 또 세금을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한다. 근로자들도 근로소득세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지만 그 돈을 쓸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또 내지 않느냐고 일축해 버린다. 이 주장 역시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측면이 워낙 강하다 보니 세금제도 개편과 관련한 우리의 논의는 변죽만 울릴 뿐 좀처럼 진전이 없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상속받은 돈에 대한 세금이 왜 땀 흘려 일해서 번 소득에 대한 세금보다 낮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런 소득들은 이미 한 번 세금을 낸 소득에서 나온 2차 소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과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별도의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게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가가치세도 이중과세 성격이 있지만 이미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의 소비에 따른 세금이기 때문에 1년에 100만원을 소비하든 100억원을 소비하든 세율은 10%로 일정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배당소득에 대해 땀 흘려 번 근로소득의 세율보다 더 높게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들은 대부분 배당을 꺼린다. 배당을 받아도 절반이 세금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주요국들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렇다.
부동산을 팔아 번 돈에 대한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년을 보유하든 10년을 보유하든 그 차액을 근로소득과 같은 세율로 과세한다. 우리나라만 이렇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근로소득과 다른 별도의 세율을 정해 놓고 과세한다. 이미 한 번 세금을 낸 돈으로 매입한 자산에서 나온 소득이라는 개념에 더해, 부동산 거래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일생에서 가끔씩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만든 세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로소득과 같은 세율로 과세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세금이 요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이른바 금투세다. 이미 한 번 세금을 낸 돈으로 투자해 일궈낸 소득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자는 개념이므로 매우 합리적인 진전인 셈인데, 그동안 과세하지 않던 주식매매차익에 대해 과세를 시작한다는 점이 문제가 돼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시행 시점을 얼마든지 논의하더라도 금투세의 원래 취지가 이처럼 애매한 소득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하느냐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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