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임’ 日 차기 총리는 ‘온건파’ 이시바 시게루…‘한‧일 관계’ 영향은?

이시바, 자민당 총재 결선 투표서 ‘1차 투표’ 결과 뒤집고 ‘극적 역전’ 성공
‘한‧일 과거사’에 전향적…위안부 사죄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부정적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후임으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자국의 대중적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종 당선됐다. 그는 한‧일 역사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인사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우익의 성지로 꼽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27일 오후 총재 선거를 통해 이시바 전 간사장을 28대 총재로 선출했다. 그는 이날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194표에 그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을 21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그는 1차 투표에서 154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181표)에 27표 차로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일본은 사실상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시스템인 만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거 출마 '5수'만에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줄곧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양강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는 대중적 인지도는 높으나 당내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방위상 출신의 안보 전문가로 꼽혀왔다. 이번 핵심 공약으로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이 주목받았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체제를 만들자는 것이 공약의 핵심 골자다.

여기에 그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 공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자는 취지다. 이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우익의 성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선 기존의 일본 우익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11년 자민당 영토특위(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관련해 우리나라 정치권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의 총리 등극을 통한 '손익'의 장단점이 극명히 나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57년 도쿄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주쿠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미쓰이 은행(현재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부친의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권유로 정계에 발을 딛게 됐다. 1986년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 자민당 공천으로 돗토리현 지역구에서 처음 당선된 후 내리 12선에 성공했다. 2002년 고이즈미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차관급)으로 처음 입각해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