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은 불법” vs 고려아연 “합법적 매수”
영풍-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여부 놓고 공방
영풍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첫 심리가 27일 열렸다. 양측은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인 지를 두고 맞붙었다. 자본시장법에선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특별관계자에 해당하므로,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이 최 회장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더이상 특별관계자가 아닌 만큼 자사주 취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게 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이 최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고려아연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영풍 측은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고려아연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대리인단으로 꾸렸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주를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쪽이 33.9%를, 영풍 측이 33.1%를 가지고 있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14.6%를 추가로 확보하게 돼 영풍 측 지분율이 52%가 된다.
MBK와 영풍 측은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며 충돌하고 있다. 이어 영풍 측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자본시장법상 140조는 회사의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식을 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날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영풍의 계열사이며, 영풍과 지분관계가 있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공개 매수는 최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목적일 뿐”이라며 “지난 25년간 고려아연에 대한 확고한 최대 주주는 영풍이었고, 현재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33.1%로, 최 회장 측 지분인 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영풍 측은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카카오가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공개매수를 실패하게 할 목적으로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이상이 되도록 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최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는 회사재산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더이상 특별관계자가 아니므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를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했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법에서 특별관계자는 특수관계자와 공동보유자를 합한 것이다. 특수관계자는 6촌 이내 친인척과 30% 이상 출자법인을 말하고, 공동보유자는 계약이나 합의로 주식을 공동 취득하기로 하거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한 상대방이다. 장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7.7%다. 그러니 특수관계자는 아니지만, 공동 경영을 합의한 공동보유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두 가문의 협력 관계는 단절됐다”며 “9월 23일 채권자가 MBK와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해 최 회장 측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도록 약속하며, 더 이상 특별관계인으로 볼 수 없다고 공시함에 따라 공식화 됐다”고 했다. 또 “계열사 지배는 회사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지만, 적대적 M&A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본건 가처분을 신청한 것 자체가 지배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당사자간 경영권 분쟁이나 법적 다툼이 있을 경우 공동 보유관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 사안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집은 다르다고 했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이번 건은 SM엔터테인먼트 때와 달리 시세조종이 아니다”라며 “시세조종이 되려면 허수주문, 분할매수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자사주 취득은 그런 것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벽돌쌓기’처럼 만드는 화폐… “5만원권 1장 완성되기까지 45일 걸려요”
- 주가 7000원 찍던 이 기업, 1년 만에 주당 139원에 유상증자... 주주들 분통터지는 사연은
- LNG선 수요 증가에… 연료 공급하는 ‘벙커링선’ 韓·中 격돌
- [재테크 레시피] 트럼프 2기 ‘킹달러’ 시대엔… “과감한 환노출 ETF”
- [HIF2024] 뇌와 세상을 연결…장애·질병 극복할 미래 기술 BCI
- [똑똑한 증여] “돌아가신 아버지 채무 6억”… 3개월 내 ‘이것’ 안 하면 빚더미
- 신익현號 LIG넥스원, 투자 속도… 생산·R&D 잇단 확장
- TSMC, 내년 역대 최대 설비투자 전망… 53조원 쏟아부어 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 국민주의 배신… 삼성전자 미보유자 수익률이 보유자의 3배
- 특급호텔 멤버십 힘주는데... 한화, 객실 줄인 더플라자 유료 멤버십도 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