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바이오·화장품 대장주 담아두면 … 증시 겨울 와도 든든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4. 9. 27.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주 급변동 때 분산투자해볼 만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 유한양행과 코스메카코리아 등 업종 대표주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이들 주식 비중을 늘렸다." 김 모씨(42)는 "올 하반기 이후 제약·바이오와 화장품 대표주 비중을 늘려 자산을 불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최대 관심 종목이었던 반도체 관련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이 다가온다' 보고서를 내놓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했다. 이 보고서는 정보기술(IT) 경기 침체로 일반 메모리 가격 반등이 어렵고 인공지능(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삼성전자의 시장 참여로 공급 과잉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K반도체주는 지난 25일 반도체 경기 선행지표 격인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이 좋게 나오자 나란히 반등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보고서가 무색할 만큼 마이크론의 이번 분기(6~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나 급증할 정도의 호실적이었으며 이 회사의 HBM은 내년 생산분까지 이미 매진됐다는 소식을 전해 모건스탠리의 예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반도체에 확신이 없다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가 상승 중인 조선이나 바이오, 화장품 대표주들은 반도체주와 주가 움직임이 달라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반도체 주식이 급변동할 때는 저평가된 반도체주를 보유하면서 다른 종목을 더 채워넣어 반도체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AI 수요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에 마이크론과 메모리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굳이 저가에 매도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주식이 하락하더라도 다른 주식 주가가 올라 이를 상쇄한다면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전략을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이날 기준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가 존재하는 상장사 279곳을 분석했다. 7월 1일과 비교해 목표주가가 상승한 곳은 130곳이다. 삼성전자 등 141곳은 이 기간 실적 전망과 함께 목표주가가 내려갔다. 나머지 8곳은 목표주가가 그대로 유지됐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목표주가가 3% 하향 조정됐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량이 늘고 AI 시장의 핵심 부품인 HBM 공급 과잉 문제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국내외 증권사의 의견이 반영됐다.

저가 수주 끊어낸 HD현대미포

올 3분기 실적 전망이 1년 전보다 증가하는 종목 중에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HD현대미포다. 7월 1일 이 종목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평균 9만7846원이었는데 이달 23일 기준 14만308원으로 3개월 만에 43.4%나 상승했다. 증권사들이 헐레벌떡 이 조선사 목표주가를 올린 것은 HD현대미포의 선박건조장(도크)이 점차 비싼 선박으로 대체되고 있어서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가 선박인 컨테이너선 위주였는데 이젠 중형 유조선(MR탱커)과 같은 비싼 배들을 건조 중이다.

최근 해운사들은 MR탱커 주문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홍해 사태까지 겹치며 운송 수요가 육상 대신 해상으로 몰리고 있다. MR탱커를 빌려 배 주인에게 지불하는 용선료가 오르면서 이 사업이 해운사들의 새 먹거리가 됐고, 이 선박 주문으로 HD현대미포의 실적이 타오르고 있다.

이 조선사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MR탱커 수주량은 62척이다. 작년 연간으로 38척을 수주했는데 이미 2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MR탱커가 전체 수주량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재고 증가, 조선업계는 저가 수주가 문제였다"며 "그러나 최근 우수한 K선박 기술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저가 수주 문제를 일단 해결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예상 실적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목표주가도 올라가는 형국이다. 올 3분기 예상 매출은 1조780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수주 '굴레'를 끊어낼 조짐은 영업이익 추이에서 가늠할 수 있는데, 올 3분기 257억원으로 예상돼 작년 적자(-79억원)를 벗어날 태세다.

FDA 승인받아 월가 주목받는 유한양행

올 3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유한양행이다. 예상 영업이익이 작년 9억원에서 올해 347억원으로 40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이익 증가율이 반영된 탓인지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40%가량 오르며 신고가 행진 중이다. 최근 3개월 새 증권사들이 유한양행의 목표주가를 33.1% 높이면서 이 종목 주가도 증시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는 삼성전자와 정반대로 유한양행에 대해선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미국 바이오 업체들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고 이들로부터 이익도 거두고 있어서다.

월가에선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이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보고 있다. 렉라자는 폐암 치료제로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항암 분야에서 국내 의약품이 FDA 허가를 받은 것은 렉라자가 최초다. 유한양행은 이 약품 상업화에 따른 기술료와 로열티 등을 수령해 향후 실적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유한양행은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약 1077억원 규모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작년 전체 매출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길리어드는 이 치료제가 향후 4조원어치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한양행이 이번 1년 계약을 넘어 장기 계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59.45배다. 이는 작년 말 PER 88.63배보다 크게 내려온 수치로, 주가 상승보다는 실적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미래 실적을 좌우할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3곳에 불과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공개된 파이프라인 이외에서 기술 이전과 같은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귀찮은 일 다 해줘요" 코스메카코리아의 분투

화장품 업종 상장사 중에선 코스메카코리아의 목표주가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근 3개월간 31%나 상승했다. 주가는 실적과 수급으로 움직이는데 코스메카코리아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좋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46억원, 19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3분기 대비 각각 24.2%, 41.2% 상승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3.4%로 높은 편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과거 한국콜마에서 근무했던 조임래 회장과 부인 박은희 대표가 1999년 설립한 화장품 제조사다. 기본적으로 제품 기획과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도 ODM 회사다. 코스메카코리아는 ODM에 그치지 않고 국가별 유통 구조와 규제 등 귀찮은 일까지 도맡아 하는 주문자글로벌생산(OGM) 기업으로 변신했다. 높은 마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종목의 최근 한 달 주가는 20% 올랐다. 실적도 좋지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미국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울타뷰티'라는 화장품 주식을 매수한 것이 K화장품주의 수급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약점이 있다. 바로 중국 매출 비중이 13%(2023년 기준)에 달하고 중국 사업부가 작년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AI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공장 체제 구축으로 중국 관련 비용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식료품 업종에서 목표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위세로 재고와는 거리가 먼 회사다. 전 세계에서 삼양식품 라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급이 달리다 보니 제품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하면서 평균판매단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 848억원으로 대변된다. 이는 1년 전보다 2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삼양식품은 유럽 시장을 노려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밀양에 2공장을 짓고 있는데 내년 5월 가동이 시작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밀양 2공장 가동 시 생산능력은 이전까지 18억개에서 향후 25억개로 39% 증가한다. 최근 삼양식품 주가는 조정을 받았는데 이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와 오너 일가의 지분 매도에 의한 것이다. 원화 강세는 삼양식품과 같은 수출주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전 세계로 라면과 소스를 수출하는 삼양식품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양식품의 PER은 13.6배로 다른 업종 대표주보다는 저평가된 상태다.

전기 전자 업종의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목표주가가 크게 올랐다. AI 시장 성장에 따라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수요가 늘어 이 종목 실적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1675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년 새 96.1% 증가하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