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개발 수혜 한몸에 서남권 신흥주거지 방화뉴타운 달린다

손동우 기자(aing@mk.co.kr) 2024. 9. 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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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속도내는 방화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곡나루역 바로 다음에 신방화역이 나온다. 신방화역 6번 출구로 나와 방화대로를 따라 남측 공항대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마곡엠밸리 5단지와 마곡 힐스테이트, 마곡엠밸리 9단지가 잇따라 나타난다. 이곳이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의 서쪽 끝이다.

방화대로 건너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재개발 지역의 상징'이라는 붉은 벽돌의 낡은 건물이 가득하다. 대로변 인접 지역의 높은 울타리만 이곳이 개발 지역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이곳도 최근 집값이 올랐다. 재개발 분담금을 감안하면 방화대로 건너편과 가격 차이가 1억~2억원이다. 하지만 이곳이 개발되면 방화대로 인근 단지는 명실상부한 대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를 감안하면 5~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투자처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항시장역 앞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많이 낙후된 지역이지만 개발되면 주변 마곡지구를 따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제2의 마곡'이라 불리는 방화뉴타운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5구역은 재건축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뒀고 3구역은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2구역은 신속통합기획으로 활기를 찾았다. 공사비 갈등이 빚어지며 사업이 지연됐던 6구역은 조합 집행부를 다시 선출하면서 사업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모습이다. 방화뉴타운 사업이 완료되면 4개 구역에 4300여 가구가 조성돼 마곡지구에 이어 새 주거지가 탄생한다.

방화뉴타운은 2003년 11월 서울시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원래 1~8구역과 긴등마을 모두 9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하려던 곳이지만 뉴타운 지정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비사업이 영 속도를 못 냈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옆 동네 마곡지구 입주가 시작된 2014년까지도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던 당시 부동산 경기는 지지부진하던 방화뉴타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방화대로를 기준으로 사실상 마곡지구나 다름없던 긴등마을 구역만 재건축을 마치고 2015년 12월 '마곡힐스테이트'(603가구)로 탈바꿈했다.

결국 2016년 1·4·7·8구역 4곳이 뉴타운에서 해제됐고 2·3·5·6구역만 남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이들 구역은 꾸준히 정비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방화5구역이다. 사업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달 초 강서구청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GS건설이 시공사로, 단지 이름은 '마곡자이 더 블라썸'이다. 조합은 올해 안에 이주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방화5구역에는 지하 3층~지상 15층, 28개 동, 1657가구가 조성된다. 지하철 5호선 송정역과 9호선 신방화역·공항시장역 등이 가깝다. 단지 규모가 크고 입지도 좋은 만큼 방화뉴타운의 '대장주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5구역 옆 6구역은 방화대로에 붙어 있다. 신방화역과 송정역, '더블역세권'이지만 도로 교통이나 마곡지구와 거리 차이를 감안하면 방화뉴타운에서는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557가구를 지을 예정인 이곳은 2021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 이주와 지상물 철거까지 마쳤지만 인상된 공사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방화6구역은 2020년 시공사와 3.3㎡당 471만원에 공사비를 정했지만,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727만원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면서 조합 내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새 조합 임원을 보궐로 선임해 재정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5구역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3구역도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5구역과 방화동로를 사이에 두고 있고, 공항시장역과 걸어서 5분 거리다.

이곳은 기존 계획에 걸림돌이었던 공항성산교회를 제척한 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만383㎡ 규모로 지하 4층~지상 16층, 28개 동, 1476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3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는데 모두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됐다. 2차 유찰되면 수의 계약으로 전환되는 최근 정비사업 추세를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속도가 가장 느린 2구역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3구역 북쪽으로, 초원로와 접해 있다. 고도제한과 주민 갈등으로 2015년 사업이 무산됐지만 지난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에 물꼬를 텄다. 지난 2월 지상 16층, 728가구를 건설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이 통과됐다. 방화3구역 공공보행통로와 연계한 공공보행통로를 단지 중앙에 설치해 단지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개방 공간을 확보하고 공항시장역과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렇게 방화뉴타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게 된 것은 마곡지구 개발 영향이 컸다. 마곡지구는 공항철도,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지하철 5호선 마곡역이 지나는 곳으로 2010년대 이후 LG·롯데 등 대기업이 줄줄이 입주했다. 올해 말에는 마곡지구 내 대규모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MICE) 복합단지도 조성된다. 김포공항 주차장 용지 개발, 가양동 CJ 공장용지 개발 등 주변 호재도 많다. 따라서 일자리와 가까운 집을 찾는 수요, 서울 중심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찾는 수요가 몰리며 주거지로서 마곡지구 입지도 급상승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방화뉴타운 정비사업이 모두 끝나면 마곡지구의 배후 주거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제된 구역에도 개발을 재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화뉴타운뿐만 아니라 강서구 일대 숙원인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도 추진 중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 고도제한 국제 기준 전면 개정을 앞두고 시 차원의 김포공항 권역 고도제한 기준을 마련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공항권역 고도제한 완화 및 발전 방안 구상 용역' 사업 수행자를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공항권역 발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정작 크지 않다. 오히려 "20년 넘게 이어져온 '희망고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2·3·5·6구역이 차례대로 정비사업 단계를 밟아가는 동안 방화뉴타운 시세는 꾸준히 올랐다. 구역마다 다르지만 현재 전용면적 84㎡ 배정 매물 시세가 9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물론 조합원 분담금이 합쳐지면 총투자금액은 여기서 더 올라간다.

특징은 서울 내 다른 뉴타운보다 매물이 극히 적다는 점이다. 이름은 '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이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사라진 '단독주택 재건축' 형태를 빌린 사업 형태이다 보니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지위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1주택자이면서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매물 정도만 예외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방화뉴타운 내 매물 가격은 방화대로 건너편 마곡지구 아파트들을 지표로 삼고 있다. 이들 아파트 전용 84㎡ 거래 가격은 최근 14억원에서 15억원 사이다. 다만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점, 근처의 공항 때문에 고도제한이 있다 보니 단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방화뉴타운의 한계로 꼽힌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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