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만들어 낸 역설, ‘빈집 쓰나미’가 온다[추적 60분]

2024. 9. 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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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1 ‘추적 60분’가 27일 밤 10시 ‘소리 없이 번진다, 빈집 팬데믹’편을 방송한다.

2018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정부는 빈집 정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 후 6년 과연 빈집은 줄어들었을까. 통계청 주택 총조사 집계 결과, 2023년 기준 ‘빈집’은 약 153만 호다. 2010년 기준 약 73만 호였던 빈집은 13년간 2배 가까이 급증하였다. 특례법의 시행과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빈집은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빈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추적60분'은 전국을 돌면서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과 빈집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대도시가 텅텅, 수도권 빈집 실태 보고

서울, 인천, 의정부 등 수도권의 도시지역 빈집은 한때 재개발 열풍이 불었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되면서 생긴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재개발이 무산되어 노후화된 빈집이 늘어나도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빈집을 철거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렇게 방치된 빈집이 사회문제화되는 구조이다.

노후화된 빈집이 동네의 슬럼화를 진행시키며 그 결과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작진이 빈집으로 황폐해지는 동네를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 원인을 살펴보았다.

-초고령화의 그늘, 부산의 빈집 실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운데 빈집이 가장 많은 부산광역시. 2023년 통계청 주택 총조사 기준 부산의 빈집은 11만 4천 호이다. 빈집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는 고령화와 저출생이 일차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정주 여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영도구의 노후화된 아파트는 고령의 주민들이 곰팡이와 함께 살고 있었고, 한때 조선소의 젊은 직원들로 북적였던 한 마을은 노인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는 현실이었다.

부산 영도구 봉산마을에서는 빈집 증가세를 막기 위해 그 대안으로 빈집 재생사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무허가 건축물이 많아 수익 사업이 제한되었고, 수익이 없으니 빈집 재생사업으로 빈집에 들어온 입주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집의 증가추세는 막을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실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한 교수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 빈집 정비를 하면서, 그 공간을 녹화시키고 텃밭으로 만들고 운동 시설을 만들면 좋을 거라고 했는데 주민들이 그것조차도 관리도 힘들고 이용도 힘든 정도의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신병윤 /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과 한계

제작진이 살펴본 각 지방자치단체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저마다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었다. 인천광역시 중구는 빈집 정비 후 3년간 공공용 활용에 동의하는 빈집에 한해 철거 후 주차장, 주민쉼터 등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빈집 철거 시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담 등으로 빈집 소유주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 어려움에 처한 현실이었다.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제작진에게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더 큰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라남도 강진군에서는 농촌의 빈집을 리모델링 하여 저렴한 월세로 집을 빌려주어 농촌 생활 인구를 늘리고자 한다. 실제로 농촌의 빈집 정비사업으로 인해 정착을 결심하는 청년도 있다. 직접 빈집을 매입하여 귀촌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작진을 만난 청년들은 현재 농어촌 주택이나 빈집 매물만 모아놓은 플랫폼이 없어 빈집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증가하는 빈집, 해결책은 없을까.

우리나라보다 앞서 빈집 문제가 시작됐던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자동차 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는 빈집 전수조사에 나섰고, 2만여 채를 철거했다. 그 결과, 강력 범죄가 11% 줄어들었고, 주민들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관광지인 일본 교토시는 빈집을 숙박 시설로 리모델링해 숙소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또, 집을 비워두면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2026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두 국가의 빈집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을 세우기 전에 빈집에 대한 전수조사와 통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농어촌지역과 도시지역 빈집의 행정 주체가 달라 빈집 관리체계 일원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작진을 만난 전문가는 앞으로 빈집 문제가 쓰나미처럼 덮쳐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제 제도를 보완해 빈집 문제를 실태조사부터 재활용까지 다시 준비할 때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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