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액션 익힘의 정도가 딱 좋은 '경성크리처2', 생존입니다

박정선 기자 2024. 9.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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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가 시즌2로 돌아온다. 시즌1의 혹평을 뒤로 하고, 액션으로 절치부심했다.

27일 공개된 '경성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 박서준(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박서준(호재)과 경성의 봄을 살아낸 한소희(채옥)가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45년 경성이 배경이었던 시즌1으로부터79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24년 서울까지 이어진 악연을 끝내기 위한 사투를 담아낸다. 총 7부작으로, 언론에는 3부까지 선공개됐다.

시즌1에 실망했던 분?

'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
시즌1은 컸던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다. 높은 제작비에 유명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박서준과 한소희라는 한류 스타들이 뭉쳤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상황과 대사가 올드하니, 배우들의 연기도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요즘 같은 쇼트 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린 전개도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크리처물을 만들기 위해 항일을 이용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매서운 혹평과 초라한 성적은 제작진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결국 이미 편집이 완료된 시즌2를 재편집해 쇄신에 돌입했다. 정동윤 감독은 이에 대해 "시즌2는 속도감을 높이려고 했다"면서 "시즌1의 반응을 보고 편집 요청을 한번 더 했다. 시청자 분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끔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시즌2는 상대적으로 군더더기를 줄인 모습이다. 회당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 부담없이 시청할 수 있다. 시즌1에서 이미 두 주인공의 인물 소개를 끝냈기 때문에, 길게 늘어놓는 설명 없이 두 인물의 감정에 곧바로 빠져들 수 있게끔 한다.

멜로도 한결 보기 편해졌다. 올드했던 설정과 대사 때문에 어색하기만 했던 신이 줄었다. 여전히 멜로는 '경성크리처'의 큰 축 중 하나이지만, 2024년에 걸맞은 대사 톤 덕분에 몰입이 깨지지 않는다.

박서준·한소희 액션에 집중

'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
결국 방점엔 액션에 찍었다. 화려한 액션 보는 맛이 시즌2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서사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인상적인 액션 장면들이 더욱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시즌1이 크리처물이었다면, 이번 시즌2는 액션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박서준은 첫 등장 시퀀스부터 거친 액션을 선보인다. 오토바이 추격신에 이어 황량한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일대다수 격투신까지. 언론에 선공개된 3회 그 이후로에 더욱 많은 액션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시즌1에서 몸에 나진이 심어진 한소희는 시즌2에서 슈퍼 히어로로 거듭난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물로 등장해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과 맞붙는 비밀 요원들, 쿠로코들이 그려내는 액션이 특히 인상적이다. 쿠로코는 일본의 전통 연극과 인형극에서 배경이나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뒷배경에 맞춰 검은 옷을 입고 얼굴까지 가린 채 자신의 존재를 지운다. '경성크리처' 속 쿠로코들 또한 검은 그림자처럼 두 주인공을 공격하고 쫓는다. 무리 지은 쿠로코들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스산한 소리까지 더해져 마치 박쥐 혹은 벌레를 연상하게 한다. 머릿속에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눈앞의 적만 일사분란하게 공격하는 쿠로코들의 액션은 기묘한 그림을 완성하며 '경성크리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경성크리처'의 메시지, 그리고 아쉬움

'경성크리처'
'경성크리처'
시즌1에서 이어지는 '경성크리처'의 메시지를 곱씹는 것 또한 시즌2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 정신을 담아낸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는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는 그들을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풀지 못한 숙제, 이 숙제를 2024년의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이같은 메시지가 '경성크리처'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잘 어우러지는지는 의문이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여운을 남기기에 이 작품은 크리처와 액션, 멜로를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 결국 '재미'를 위해 '메시지'는 이용당한 게 아니냔 '농담 반 지적 반'의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재편집을 통해 많이 덜어냈지만, 여전히 길다. 기존 TV 드라마의 작법으로는 쇼트 폼 세대를 사로잡기 힘든데, 이 고충과 고민이 담긴 작품인 셈. 큰 스케일의 액션 신이 등장하는 3회까지 가는 길이 일부 시청자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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