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 통했다…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당선[종합]

이송렬 2024. 9.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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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사진=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 끝에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승리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2008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8년, 2020년까지 네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했다가 모두 쓴잔을 마셨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머쥐면서 4전5기 끝에 일본 총리가 됐다.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자민당 28대 신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는 유효투표 총 414표 가운데 215표를 획득해 과반수를 차지했다. 다카이치는 194표였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이다.앞서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는 181표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당원·당우들에게서 109표를 받았고, 의원 72명이 그에게 투표했다. 당원·당우와 의원들에게 각각 108표·46표를 얻은 이시바 시게루가 2위였다.

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날 선출된 신임 총재는 오는 10월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다.
이시바 총재는 정치인 아버지를 둔 세습 정치인이다. 아버지 이시바 지로(石破二朗)는 관료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해 돗토리현 지사, 자치대신 등을 지냈다. 할아버지 역시 돗토리현 지사와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그는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몇 년간 은행원으로 지내다가, 아버지 사망 뒤 정계 거물이자 아버지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권고로 1983년 다나카 파벌 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29세였던 1986년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당시 최연소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12선 의원이다.

그가 자민당 총재 도전에 나선 것은 2008년부터였다. 당시엔 아소 다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가볍게 승리했다. 이어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 신조와 맞섰고, 2020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와 경쟁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언젠가부터 일반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늘 차기 총재 후보감 1, 2위로 꼽혀왔고 지방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2012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파벌 수장 의 '오더'가 좌우하는 결선 투표에서 아베에게 밀렸다.

파벌 정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절치부심하다가 2015년 스스로 '수월회'라는 이름의 군소 파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6년 뒤 해체했다. 아베 정권 초기에는 내각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2016년부터는 각료나 당직을 받지 않고 아베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표명하면서 '쓴소리꾼'으로 인식됐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균형 있는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중심의 경제 성장보다는 지방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다. 또 일본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과 혁신에 주목한다. 제조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일본의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고 정부 재정 지출의 효율적인 운영을 강조한다. 또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시바 총재는 한일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우익 세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도 한국에도 '이대로 좋을 리가 없다. 뭔가 해결해서 과거의 오부치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해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개선해 온 양국 관계를 최소한 양국간 역사문제 때문에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시바 총재는 일본 정계에서 '오타쿠'(특정 분야에 몰두해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로, 한국에서는 '덕후'로 불림)로도 유명하다. 스스로 프라모델·철도·군사·카레 등의 오타쿠라고 칭한다.

여러 각료를 경험했지만 방위청 부장관, 방위청 장관, 방위상 등 방위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며 전문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이나 미일 지위협정 개정, 자위대의 처우 개선 등 안보 분야 공약을 대거 내세웠다. 또 방위력 확충이나 자위대 명기 헌법 개헌 등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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