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오안보’ 전쟁 벌이는 미·중…尹 정부도 ‘국가바이오전략’ 연내 수립한다
한미 동맹, 경제·기술안보 동맹으로 확장…한·미·일 경제안보 공조체계 구축 자평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윤석열 정부가 핵심 바이오 기술의 육성, 바이오 위협에 대한 예방과 대응 등을 담은 '국가바이오전략' 연내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안보 역량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다. 바이오안보 거버넌스 구축 등도 추진방안에 포함된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방침이 담긴 국가안보실의 '주요업무현황'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지난 8월말 작성돼 국회 운영위에 보고됐다.
中 기업, 수집 생체 정보 공산당과 공유 의혹
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적으로는 물론 안보적인 관점에서도 핵심 분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보급이 전 세계 각국의 안보에 중대한 이슈로 작용하면서 바이오안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특히 최근 바이오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적인 소재로 떠올랐다. 미국 하원은 현지시간으로 9월9일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생명공학 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 제공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의 핵심은 중국의 바이오 관련 업체들을 '적대적 해외 바이오 기업'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중국 유전체 기업 BGI 지노믹스와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MGI의 미국 자회사인 컴플리트 지노믹스, 의약품 CRO(임상수탁)·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021년 미국의 방첩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방첩보안센터(NCSC)는 중국이 유전 정보를 자국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과 감시에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유전 정보를 수집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BGI와 우시 파마텍 등은 2013년 이후 미국 유전 정보 회사 지분을 매입해 미국 전역의 병원, 대학, 연구소 등 보건의료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인들의 유전 정보를 포함한 민감한 의료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이 중국 공산당 등에 공유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본 것이다.
이에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동시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월9일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은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최종 통과됐다. 최종 입법을 위해 남은 절차는 상원 본회의 결의, 양원 본회의 결의(하원과 상원이 다르게 의결한 경우), 대통령 서명이다. 현재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상원 본회의 결의 후 대통령 서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요한 지점은 이 같은 위협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BGI는 현재 '니프티(NIFTY)'라고 하는 태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싼값에 제공하고 있다. 다운증후군 등 특이병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니프티 검사를 통해 수집된 태아의 유전 정보가 중국 인민해방군에 공유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등 감염병 공포 속에서 세계는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특정 의도를 품은 국가 혹은 집단이 바이오를 통해 타 집단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부가 국가바이오전략 수립 등 바이오안보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관련 안보적 위협에 대해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경제가 곧 안보, 안보가 곧 경제"라며 방점을 찍고 있는 경제·기술안보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미·일,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체계 구축"
당장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최종 통과(2032년 발효)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정부는 첨단 바이오 등 미래 혁신 분야에 대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전략 로드맵을 수립해 왔다. 특히 바이오 분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2020년 43조 규모의 바이오 산업을 2035년까지 200조 규모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안보실은 핵심신흥기술의 연구·개발·보호 등 전 주기에 걸친 기술안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국가바이오전략 연내 수립 추진도 그 일환으로 포함됐다.
이 외에도 안보실 보고 문건에는 윤석열 정부 안보 전략의 핵심인 한·미·일 협력이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강조됐다. 안보실은 한미 동맹을 경제·기술안보 동맹으로 확장하고, 한·미·일 3국 간에도 경제안보 공조체계를 구축해 역내 경제안보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3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공급망 3각 연대 구축' 등 단단한 경제안보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실은 한·미·일 3국 기술보호 네트워크를 통해 핵심 기술의 유출 방지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안보실은 미·일 외에도 호주·영국·캐나다 등 타 유사 입장국들과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도 체코를 방문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계기로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안보 등 양국 간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향후 바이오·디지털·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구체적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참모기관인 국가안보실은 올해 초 외교를 담당하는 1차장(김태효), 국방을 담당하는 2차장(인성환) 외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을 신설해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을 승진 임명했다. 지난 8월엔 3성 장군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던 신원식 장관을 신임 안보실장으로 이동 기용했고, 전임인 장호진 실장은 외교안보특보에 임명해 '외교 리베로' 역할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