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바보"…美 공화당 의원이 욕한 이유는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지원문제를 놓고 맞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승산없는 전쟁을 벌여서 끔찍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위험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항복 제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 해리스 “트럼프, 푸틴처럼 항복요구”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기본 원칙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 내에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큰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런 요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과 같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며 ‘출구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27일 오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예정인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너무 많은 죽음과 파괴가 발생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나는 그(젤렌스키 대통령)와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 자신이라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주 빠르게 합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항복선언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항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 전략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답했다.
그는 또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은 유럽이 미국에 비해 (우크라전에 대해) 치르는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점”이라고 했다. “우리는 러시아와의 사이에 바다를 두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유럽이 지불하는 비용이 미국에 비해 작다는 얘기다. 다만 유럽연합(EU)은 EU와 회원국들이 470억달러어치 규모 군사지원(23일 발표 기준, 비군사 지원 포함시 1260억달러어치)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집계한 미국 정부의 군사지원 금액(26일까지 587억달러어치)보다는 다소 적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큰 차이는 아니다.
○ 트럼프 “푸틴과 합의 이끌 수 있어”
미국 사회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구서는 갈수록 불어나는데 전쟁 종식의 기미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80억달러(약 10조5700억원)어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미국인의 세금으로 치르는 전쟁이라는 인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내 ‘스타 파워’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고강도 무기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술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같이 러시아 영토 내 깊숙한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인 반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보복 우려 등으로 인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대선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무기공장을 방문한 것을 “민주당을 돕기 위한 선거개입”으로 규정했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는 젤렌스키의 방문이 해리스를 돕기 위한 시도였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상황 악화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남게 되는 형국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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