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안성재 셰프 평행이론 일드 ‘그랑메종도쿄’ 공통점3[TV와치]

김범석 2024. 9.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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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뉴스엔DB)
지난 2019년 방송된 기무라 타쿠야 주연 11부작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TBS)
‘흑백요리사’에서 수트를 입고 흑수저 도전자들의 음식을 맛보는 안성재 심사위원(넷플릭스)

[뉴스엔 김범석 기자]

요즘 3명 이상 만나면 ‘흑백요리사’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TV쇼 비영어 부문 1위를 찍은 데다 화제성 지수까지 톱이다. 재야의 무명 요리사들이 미슐랭 셰프들을 하나둘 꺾을 때마다 탄성이 나오고 몰입도가 배가된다. 계급과 통념, 연공 서열이 파괴되며 뿜어지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다.

백종원과 공동 심사위원으로 나온 안성재 셰프 역시 장안의 화제다. ‘채소의 익힘 정도’, ‘제 맛의 기준점’ 같은 어록에 이어 국밥 리뷰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안성재를 보고 있으면 절로 떠오르는 일드가 있다. 기무라 타쿠야 주연 ‘그랑 메종 도쿄’(2019)다. TBS에서 방송된 미슐랭 3스타를 따기 위한 요리사들의 고군분투기. 안성재와 극 중 주인공 오바나 나츠키의 공통점 3.

◆매체 리뷰에 식당 폐업 위기

일본 야구선수 이치로가 다녔다는 미국 LA 스시집 ‘우라사와’를 시작으로 나파 밸리 소재 미슐랭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베누’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계 미국인 안성재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본인 레스토랑 ‘모수’를 차린다. 하지만 개업 초 음식 칼럼니스트 마이클 바우어의 혹평을 받게 된다. ‘흥미롭지만 요리의 밸런스가 부족하고, 무명 셰프가 너무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는 지적. 이 코멘트로 하루아침에 손님이 끊긴 모수는 폐업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또 다른 칼럼니스트 빌 애디슨에게 요리를 극찬받으며 그해 미슐랭 1스타를 따고 극적으로 기사회생한다.

‘그랑 메종 도쿄’에도 잡지 마리끌레르의 미식 호평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요리사들의 모습이 나온다. 공교롭게 오바나의 전 연인이 레스토랑의 운명을 좌우하는 편집장으로 나오는데 그는 ‘그랑 메종 도쿄’의 음식은 훌륭하나 오바나가 과거 프랑스 정상회담 만찬에서 알레르기 이슈로 큰 실수를 범한 장본인이라는 걸 부각해 식당을 곤경에 빠뜨린다. 과연 영상의 시대에 활자가 여전히 그런 힘이 있을까? 안성재는 한 인터뷰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은 공신력 있는 지역 유력지의 칼럼과 리뷰에 엄청 민감하다. 만약 혹평을 받으면 진짜 식당 문을 닫을 수 있어 늘 두렵다”고 토로했다.

◆든든한 스폰서가 관건

미슐랭 별을 달면 진짜 돈벼락을 맞을까. 1스타는 그럴 수 있지만 3스타로 올라갈수록 힘들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모수의 경우 디너 코스가 30만 원이 넘지만, 한정된 예약 인원과 최고급 식기와 인테리어, 높은 재룟값과 임대료 탓에 CJ와 계약 해지 후 풀무원 등 새 투자자를 물색하며 휴업 중이다. 과거 3스타를 받은 라연(신라호텔)은 작년 2스타로 강등됐고, 가온(광주요)은 2022년 폐업해 현재 문을 연 국내 3스타는 전무한 상황. 수익률이 5% 미만이라 기업이 스폰서로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랑 메종 도쿄’에도 주인공들이 식당 오픈을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한 게 까다로운 은행권 심사 통과다. 셰프의 이력과 메뉴 구성, 객단가, 식당 위치 등을 종합해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극 중 오바나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정상회담 만찬을 망쳤고(나중에 오해가 풀린다) 주먹까지 휘두른 탓에 총괄 셰프로만 이름을 올릴 뿐 대출은 동업자 하야미 린코(스즈키 쿄카)가 받는다. 둘은 일본 최초 미슐랭 3스타를 받기 위해 오바나의 과거 동료 영입에 나서지만 다들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진심과 열정으로 한 발 한 발 설득에 나서며 꿈에 가까워진다.

◆사생활, 워라밸은 포기

혹자는 미슐랭 셰프를 신약 개발하는 제약회사 연구원에 비유한다. 그만큼 메뉴 개발과 보완에 영혼을 갈아 넣는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취미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고 꿈에서도 음식 생각뿐이다. 속사정 모르는 이들은 '쉬면서 하라’고 하지만 이들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날마다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린다. 안성재 셰프도 ‘음식에 미치지 않으면 절대 못 하는 직업’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고 유일한 취미로 복싱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마 복서로 대회 출전까지 했는데 체력 관리도 되고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그랑 메종 도쿄’에 나오는 셰프들도 마찬가지. 요리밖에 모르는 괴팍한 성격의 오바나는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못 하고, 싱글 파더인 한 동료는 프랑스 아내에게 이혼당한 처지다. 가사와 육아가 늘 요리보다 뒷전이라는 불만에서다. 매회 눈 호강시키며 침샘 자극하는 프랑스 요리가 등장하는데 ‘흑백요리사’와 함께 심야 시청 시, 라면 물 올리게 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는 것도 닮았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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