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전문의·중증환자’ 중심 구조전환…건보 20조 투입에 ‘재정 악화’ 우려도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은 70%까지 확대하고 일반병상은 5~15% 수준 축소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의료개혁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만 20조원 규모로, 자칫 서민들의 병원 문턱만 높이고 건보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보건복지부는 27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다만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의 본래 기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을 새로 정의하고, 현행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하게 병상과 진료량을 늘리기보다 의료 질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방병상은 축소한다. 수도권은 10~15%, 비수도권은 5% 수준에서 감축할 계획이다. 다만 어린이병상, 응급병상 등은 축소되지 않도록 해 경증 진료는 줄이되 필수적인 진료 기능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인력구조도 중환자 중심 진료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한다. 전체적인 진료 규모는 축소하지만 현행의 인력 수준은 유지해 응급·중증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를 통해 인력 운용을 효율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또 그간 상급종합병원이 2차병원 등과 환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관계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 병원 간 협력을 강화한다. 권역의 진료협력병원 간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기록 등 환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뢰제’ 를 마련한다.
전공의 수련시간은 줄이고 수련환경은 개선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공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는 수련생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년간 총 10조 건강보험 재정 투입…연간 3조3000억원
정부는 이같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위해 연간 3조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투입한다.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30만원, 그리고 2~4인실 입원료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7만5000원 가산해 총 6700억원을 지원한다. 또 저평가된 중증수술 수가 인상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약 910개의 수술 수가와 이런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으로 인상하여 총 3500억 원을 지원한다.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응급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수가로 반영하고, 향후 제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과 응급의료센터 내원 후 24시간 이내 중증·응급수술 가산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 7300억원, 전담 전문의 중환자실과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 3000억 원 등이 그 대상이다.
정부는 구조전환에 투입하는 지원금 중 30%에 해당하는 연간 1조원을 성과 평가를 거쳐 지원한다. 행위별로 정해진 수가를 주는 현행 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질환 환자 진료 비중, 진료 협력 실적 등 성과를 달성했을 때 더 많은 보상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신청·접수는 다음달 2일 시작하되, 의료기관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연말 이후까지 신청기간을 넉넉히 둘 계획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지원은 내년 1~12월 실적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지급된다.
이번에 발표된 재정은 앞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향후 5년간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금액과는 별개로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이다. 앞서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건보 재정 10조원과 국가 재정 10조원을 지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건보 재정을 악화하고 시민들의 부담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복지연대는 “시민의 입원비와 수술비를 올려서 상급병원 중증환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며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고 이제는 주머니까지 털면서 돈 없는 시민은 수술도 못받게 만들겠다는 윤 정부의 잔인한 의료개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료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단장은 “바람직한 전달체계의 확립이라는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로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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