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배임·묻지마 빚투 의혹 밝혀야”

이진주 기자 2024. 9. 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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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열린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고려아연이 27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을 향해 사외이사 3인의 배임 의혹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실질적 경영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예정된 영풍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낸 보도자료애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무엇보다 이번 M&A를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며 더 큰 위기를 자초해 혼란에 빠진 주식회사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해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에 대해 영풍 지분을 단 0.68%(공시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그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영풍 이사회의 밀실 야합 계약의 배임 의혹부터 밝히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했다”며 “MBK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부여했다는 점, 또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넘김으로써 MBK에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는 점, 추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은 주식회사 영풍에 명백하게 불리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영풍 측이 공개매수를 위해 빌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의 이자와 원금 반환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소명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적대적 인수만 성공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며 “‘묻지마 빚투’ 속에 고배당금과 신사업 추진 약속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고려아연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 SAFE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에 대해 언급했다. 링크드인 캡처

최근 미국 에너지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SAFE는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다자협력체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실질적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SAFE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 전략에 대해 분석하면서 하나의 사례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언급했다.

SAFE는 MBK를 “중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의 사모펀드 회사”로 규정하면서 “MBK와 영풍이 지난주 세계 최대 정제 아연 생산업체이자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기타 소재 주요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MBK와 중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FE는 이번 인수 시도가 중국 제련소들의 원료 공급 부족으로 중국의 정제 아연 수입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AFE는 “한국에서 니켈 정제 능력을 심화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중국이 여러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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