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파동·외국인 부진 이겨내고...두산 베어스, 4위로 가을야구 진출
고진감래였다. 두산 베어스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4대3으로 이겨 드디어 4위 자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공동 5위인 KT와 SSG를 2.5경기 차로 따돌리고, 오는 28일 NC전 결과와 상관없이 홈에서 ‘가을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험난했던 여정을 이겨낸 결실이다. 약물 파동, 외국인 선수들 부상과 부진 등 어려움을 딛고 이뤄낸 귀한 승리였다.
작년 두산은 0.521(74승 68패 2무) 승률로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1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0.518(73승 68패 2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8일 NC와 최종전에서 승리한다면 작년과 같은 승률을 기록하지만, 이번에는 한 계단 더 높은 4위로 시즌을 마친다.
두산은 작년과 큰 차이 없는 전력으로 이번 시즌을 맞이했다. 변화는 KT 출신 헨리 라모스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2순위로 뽑힌 김택연.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하지만 주전들 나이가 들고, 젊은 선수들 성장이 더디다 보니 두산 타선은 다소 답답했다. 시즌 초반에는 과연 두산이 5위 안에 들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더 큰 악재도 있었다. 지난 4월 두산 출신 선배 선수 오재원이 후배들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일로 구속되는 사건이 터지며, 8명 선수가 2군 경기 출전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중 몇몇은 1.5군급으로 팀 전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그럼에도 3~4월을 6위로 시작한 두산은 5월에 월간 승률 1위(0.667·16승 8패 2무)를 기록하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때 7월 중순까지는 2위를 노리는 싸움까지 벌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 잇따른 부상이 두산을 괴롭혔다. 알칸타라는 팔꿈치 부상으로 12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을 남기고 팀을 떠났고, 브랜든은 14경기에서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견갑골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대체 선수로 영입된 조던 발라조빅은 11경기에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또 다른 대체 외국인 시라카와 케이쇼는 7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했다.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투수 4명이 합작한 승수(13승)가 선발 곽빈(15승) 1명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잇따라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무너졌고, 그 여파는 불펜으로 옮겨갔다. 불펜 투수들은 지나치게 자주 등판하며 멀티 이닝을 소화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일부 팬들은 이승엽 감독 경질을 요구하며 잠실구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쯤 되면 트럭 시위가 두산의 ‘일상’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두산은 결국 4위 자리를 차지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게 되었다. 고비마다 흔들렸지만, 두산은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며 팬들에게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부임 후 2년 연속 팀을 가을로 이끈 이승엽 두산 감독은 “4위가 확정된 만큼 남은 기간 준비 잘해서 가을 야구를 잘 치르겠다”라고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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