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남편에 ‘빙초산·끓는 물’ 부은 아내…본인은 고글 썼다

남편 이혼 요구에 격분해 범행 계획 및 실행
법원, 아내 살인미수 혐의에 징역 5년 선고…“피해자와 합의 마쳐”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이혼을 요구중인 남편이 잠든 사이 빙초산을 뿌려 살해하려 한 30대 아내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이동식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심아무개(30)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지난 3월19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모 아파트에서 술에 취해 잠든 남편 A씨에게 빙초산과 끓는 물을 뿌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빙초산이란 순도 높은 아세트산으로서, 피부에 닿을 경우 염증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씨의 범행은 다분히 계획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심씨가 자신과 갈등을 격던 남편 A씨의 이혼 요구에 격분해 빙초산 등을 미리 준비하고, 범행 당일엔 자신을 보호할 고글과 장갑을 착용했으며, 잠에서 깬 A씨가 도망치자 성기를 걷어차고 흉기를 휘두르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고 봤다. 이후 기소된 심씨 측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범행 동기, 수법과 과정을 비춰봤을 때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입은 상처가 가볍지 않으며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비록 (살인 시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범행의 피해가 작지 않다"고 지탄했다.

다만 재판부는 "심씨가 깊이 반성하는 점, 피해자에게 1억4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며 원만히 합의에 이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