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연구 속도"…10년 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나선 일본의 조언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합성생물학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뛰어들었습니다. 바이오 물질 생산 과정의 핵심은 개발 속도를 높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겁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뛰어드는 이유입니다."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를 찾은 아키히코 콘도 일본 고베대 화학과학공학부 교수는 간담회에서 "한국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서둘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 제조 기술의 핵심인 합성생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콘도 교수는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파운드리를 일본에 구축하기 시작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등을 접목해 합성생물학 등 광범위한 바이오 연구개발에서 필요한 과정을 표준화·자동화·고속화하는 인프라다. 로봇 액체 처리장비, 고처리량 분석장비와 같은 하드웨어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능을 실행하고 인력과 데이터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SW) 등이 포함된다.
바이오파운드리가 잘 구축되면 리보핵산(mRNA) 백신 등 바이오 물질을 빠르고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은 긴코바이오웍스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바이오파운드리가 구축돼 있다.
일본은 생명공학기업 '바커스 바이오 이노베이션'이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바커스 바이오 이노베이션을 창업한 콘도 교수는 현재 이 회사의 CEO다. 그는 "바커스 바이오 이노베이션은 'DBTL'이라 불리는 바이오파운드리 개념을 기반으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 중이다"라고 말했다.
DBTL은 △생물학적 정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설계(Design)' 단계에서 대사 경로 등을 쉽게 설계하고 △미생물 세포는 로봇 기술을 사용해 빠르게 '제작(Build)'하고 △'테스트(Test)' 단계에서는 고속 분석 장비를 사용해 만들어진 미생물을 평가하고 △얻어진 데이터를 머신러닝 등을 통해 분석해 규칙을 추출하고 '학습(Learn)'해 다음 공정에서 설계를 개선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바이오파운드리다.
콘도 교수는 "바이오 물질 하나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연구개발(R&D)을 하는 연구실에서 사용한 데이터는 표준화 되어 있지 않아 실제 상업화 과정에서 바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속도를 줄이고 자동화해 빠르게 바이오 물질이 생산 되는 데 초점을 맞춰 DBTL 바이오파운드리를 개발했다"고 했다. 또 DBTL 바이오파운드리는 산학연 등 각 참여기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은 이제 시작했다. 2025년부터 5년간 1263억원이 투입되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2021년 사업기획 당시 7000억원 투자 계획이 마련됐지만 최종 예타 통과안은 1263억원의 예산으로 확정돼 과학계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콘도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에 바이오파운드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바이오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바이오파운드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콘도 교수는 "연구 논문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서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인류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유전체 편집 기술 기업인 '바이오 팔레트(BioPalette), 유전체 합성 기업 '신프로젠(Synprogen)', 미세조류 활용 기업 '앨지넥서스(AlgaeNexus)' 등 7개의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얼룩말 기업(Zebra startup)'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얼룩말 기업이란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는 기존 스타트업과 달리 윤리적이고 포용적인 기업을 뜻하는 말이다.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는 기업 개념이다.
[제주=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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