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CBM 발사, 부패 스캔들 로켓군 건재·美상대 억지력 과시"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군이 44년 만에 태평양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시행한 것은 부패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로켓군의 '건재'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자 앞으로 있을 상시적 '억지력 과시'를 예고한 것이라는 중화권 매체 평가가 나왔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27일 "다수의 관측통은 이번 시험 발사 성공이 중국의 전략적 핵 타격 능력이 검수받았음을 상징한다고 본다"며 "이번 발사의 배경은 한두 번의 국지적 사건 때문이 결코 아니고, 중국의 장기적 전략이 시작된 것에 더 가깝다"고 짚었다.
앞서 중국인민해방군은 25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일 오전 8시 44분 로켓군이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태평양 공해에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튿날 오전 공개된 발사 사진 등을 토대로 중국이 발사한 ICBM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둥펑(DF)-31AG 혹은 DF-41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연합조보는 중국군이 ICBM 발사 날짜를 제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생일' 12주년으로 택한 것에 특별한 의도가 있다며 "지난 12년간 중국군이 원양으로 진군하기 위해 단련해온 '근육'을 과시하는 것이자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좌표, 혹은 대외 통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조보는 "이런 빠른 발표 리듬은 투명함을, 더욱이는 억지력과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고 앞으로 있을 유사한 활동을 위한 규칙을 간접적으로 수립한 것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중국과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ICBM 발사는 드문 일은 아니지만, 중국은 비교적 공개 발사를 자제하는 편에 속했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은 1980년 DF-5 이후 44년 만이다.
최근 중국은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 주장) 사태와 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악화일로이던 미국과의 군사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지난 18∼20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후야난 남부전구 사령원(사령관)이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과 별도 회담을 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가 몇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정된 상황이다.
연합조보는 이런 시점에 중국이 미국을 향해 핵 억지력을 과시함으로써 ICBM 성능 점검 외에도 부패 스캔들로 지도부 낙마가 잇따른 로켓군의 '건재'와 미국과 경쟁할 만한 군사적 역량 과시 등 목적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에선 작년 이래로 웨이펑허·저우야닝·리위차오까지 1∼3대 사령원이 모두 부패 등 문제로 낙마했고, 로켓군 참모장을 지낸 쑨진밍 역시 중국공산당 당적을 상실하는 등 모두 8명의 지도부 인사가 숙청당했다.
로켓군이 중국 반부패 캠페인의 표적으로 떠오르자 미국 언론 등에선 중국 미사일에 연료가 아닌 물이 주입됐다거나 격납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등 전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측도 나왔다.
연합조보는 "이번 발사 성공은 로켓군의 위상을 높이고 '물 미사일' 등 소문을 물리치는 것으로 대내외에 정치적 의의를 갖는다"며 "지속적인 경제 둔화 상황에서 대중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더 중요한 것은 국제 정세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중국이 강대국의 '표준 구성'인 세계를 포괄할 수 있는 전략 핵 타격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이 최근 부단히 군사력을 강화한 것은 영토 이익 수호 외에도 중국과 미국의 군사력이 대등해지고 미국이 압도적 군사 우위를 상실해야 미국 및 서방 세계가 중국 억제 전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리를 따라가면 중국은 향후 떳떳하고 일상적으로 전략적 억지력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익숙해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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