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연기는 할수록 갑갑하고 괴로워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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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영화가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배우의 마음에 더 크게 깃든 바람은 작품을 통해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여는 거였다.
설경구는 "3자 입장이라면 영화처럼 자수라는 훌륭한 답을 낼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답하긴 어렵다"라며 넌지시 "안 겪고 싶다"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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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보통의 가족'을 자녀 있는 분들은 다 봤으면 좋겠어요. 음 그러면 천만이겠네요.(웃음)"
출연 영화가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배우의 마음에 더 크게 깃든 바람은 작품을 통해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여는 거였다. 설경구는 그런 마음으로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을 택했고, 또 그가 바랐던 것처럼 영화에 존재한다.
'보통의 가족'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 형제 부부가 자식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물이다.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부모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네 등장인물은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보통의 삶에서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제 영화에 사실 잘 집중을 못 해요. 반응이 어떤지 계속 주변을 신경 쓰느라고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고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2회차 관람을 했어요. 두 번째 봤을 때는 집중이 되더라고요. 섬뜩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두 번째 볼 때 영화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비수처럼 꽂혔어요. 잔인하고 섬뜩하게 들렸죠."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에서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을 연기한다. 재완은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현장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 신념에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설경구의 폭넓고 세밀한 감정선에 의해 재완은 '보통의 가족'에 역설을 부여하고 때때로 웃음까지 준다.
"재완이 피해자 가족에게 몰래 돈 봉투를 던지고 올 때 장갑을 껴요. 거기에서 재완의 본성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대본을 봤을 땐 여자들 간의 대화를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제 장면을 보고 많이 웃어주시더라고요. 제가 극중 제수씨의 하소연을 듣고 동생에게 '너는 왜 그걸 이해 못 해'라면서 화내는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자꾸 웃어서 NG가 계속 났어요. 장동건도 그 장면을 보면서 빵 터지더라고요."
설경구도 현실에서 아버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도 생각이 많았고, 영화가 던지는 주제를 놓고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설경구는 "3자 입장이라면 영화처럼 자수라는 훌륭한 답을 낼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답하긴 어렵다"라며 넌지시 "안 겪고 싶다"라고 웃어 보였다.
"영화에서 재완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기방에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들은 게 영향을 주긴 했지만 자신을 위한 실리도 따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부모로서 정확한 답은 수현 배우가 맡은 지수의 대사에서 나와요. '애들한테는 물어봤어?'라는 말이요. 극 중 부모들이 사고를 친 당사자들에게 묻지 않고 결정하는 모습도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거리라고 생각해요."
'보통의 가족' 속 설경구의 모습은 또 다른 주연작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를 떠올리게도 한다. 설경구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도 학교 폭력 가해자 아들의 아버지이면서 변호사다. 하지만 답을 정해놓고 질주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호창과 달리 재완은 내면의 변화를 겪는 캐릭터다.
"그래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시사회 때 허진호 감독을 불렀어요. 저도 두 작품의 결이 비슷한 거 아닐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인물이 아예 결정을 해놓고 직진했던 작품이라면 '보통의 가족'은 인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질문거리를 더 많이 던진다고 느꼈어요."
설경구의 연기 경력은 30년이 넘었다. 오랜 세월 성실함을 바탕으로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얻고 주연으로 다작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어렵기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겹겹의 노력들을 쌓아갔고 그것이 이 배우를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게 만들고 있다.
"한 기술을 수십 년 하다 보면 달인이 되는데 연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할수록 갈 데가 없고 갑갑해져요. 작품 속에서 저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보면 괴로워요. 그래서 늘 고민은 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서 더 괴롭죠. 제가 계속 작품마다 살을 뺐다 쪘다 하는 것도 뭐라도 변화를 주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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