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관확장증·염증성장질환 강아지…자연식단 처방했더니[고려앤벳]
[편집자주] 동물병원에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환견, 환묘들이 내원합니다. '뉴스1'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벳)들이 들려주는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연재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 애묘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박소영 수의사 = 강아지 태산이(요크셔테리어)는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빵빵해지고 컨디션이 저하돼 동물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상 단백질이 낮은 저알부민혈증이 확인됐다. 6㎏의 몸에서 약 1.2리터의 복수(배에 찬 물)를 뺐다.
복수를 빼주게 되면 강아지들은 호흡과 거동이 편해진다. 수의사는 실제 몸무게를 알 수 있게 돼 내복약의 용량을 정확히 조제할 수 있게 된다. 복수는 환자(환견)에게 불편한 증상이다. 복수에 찬 모습을 바라보는 보호자나 수의사의 관점에서도 불편하다.
그렇다고 자주 뺄 수는 없다.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주 복수를 빼는 것은 오히려 체액이 복수로 다시 빠지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복수를 뺄 때마다 혈압과 심박수, 체온이 떨어지는 경우들도 더러 있다.
복수를 뽑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환자와 환자를 바라보는 이들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때 복수를 적당량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이 장을 빠져나가서 차오르는 복수는 맑은 액체와도 같다. 외관적으로 물과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맑을 때도 있고, 볏짚 색 또는 약간의 혈액이 혼입돼 옅은 붉은 색을 띌 때도 많다.
수의사는 혈액검사와 복수의 양상, 환자의 임상증상과 초음파 소견, 분변검사 등을 토대로 단백소실성장병증(PLE)을 진단하게 된다. 내과 전공 수의사들은 임상 경험에 따라 약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그들의 선배수의사 또는 가르침을 받은 교수님께 배운 대로 치료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단백소실성장병증을 치료할 때 일반적으로 면역억압용량의 스테로이드 단독 또는 면역억제제 1개를 추가하고 적당한 항생제를 처방한다. 적절한 사료는 몇 가지 시도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기호성이 떨어지거나 환자에게 맞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많은 사료를 시도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것이 보호자도 지치지 않고 수의사 또한 고유영역인 처방약으로 환자를 끌고 나가기에 조금 더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산이는 조직검사상에서 림프관확장증이 진단됐다. 염증성장질환(IBD) 증상도 확인돼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저지방사료를 처방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약에 반응이 있어보였다가도 약을 조금 줄이기만 하면 다시 알부민이 떨어지고 복수가 다량 차는 일이 발생했다. 태산이는 아직 나이가 7살밖에 되지 않아 여러 가지 약을 추가하기도 하고 용량을 다시 올려보기도 하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1년 정도 지속했다.
위태로운 처방과 불충분한 치료반응이 반복되다가 결국 한계점에 이르렀다. 고심 끝에 태산이의 치료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지방을 제한한 자연식으로 식단 변경을 시도했다.
기존에 자연식단의 중요성에 대한 논문들이 나와 있긴 했지만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 수의사들도 자연식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간 해결이 안 되고 상황만 더 악화될 수 있어서 보호자와 상의 끝에 식단을 변경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기적같이 태산이의 알부민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면역억제제들을 2달에 걸쳐서 중단했다. 이후 스테로이드도 줄이고, 현재는 스테로이드를 중단한지 1년이 넘어간다.
여전히 주변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그리고 처방식에 의존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그것까지만 경험해본 수의사들도 많다. 경험에 의존해서 치료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보니 기존 틀을 깨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치료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기적같이, 아니 보란듯이 증상이 개선된 태산이를 통해 식단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필자는 현재도 반려견 보호자들과 식단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림프관확장증, 염증성장질환, 그리고 큰 범주에서의 단백소실성장병증 환자를 마주한 수의사들은 약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환자가 그동안 먹어온 사료, 간식,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응이 어땠는지 하나하나 체크해가는데 더 많은 시간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 앞으로 식단을 계획함에 있어서 환자 맞춤형으로 적절한 사료 또는 자연식단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환자를 좀 더 오래 살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해피펫]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박소영 난치성장질환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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