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꺾은 한상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8강서 중국 커제와 한판
한상조(24) 6단. 그 이름은 아직 바둑계 바깥에선 다소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LG배를 통해 그는 마치 돌풍으로 찾아와 태풍으로 격상하는 양상이다. 이제 그의 앞엔 중국 바둑 거목, 커제(27) 9단이 서 있다. 두 기사는 오는 30일 전남 신안군 갯벌박물관에서 열리는 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8강전에서 운명처럼 만난다.
한 6단은 이제 프로 7년 차. 한국 랭킹 20위라는 수치에 갇혀 있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그 울타리를 과감히 부수며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켰다. 일본 강자 이다 아스시(30) 9단을 무너뜨리고, 이어 한국 바둑 절대 강자 신진서(24) 9단마저 돌려 보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분명 강렬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이제 상대는 커제다. 이름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거목이지만, 최근 커제는 어딘가 주춤한 모습이다. 중국 바둑 간판이자 세계 무대를 휩쓸었던 그이지만, 최근 몇 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농심배 시간패로 인한 아쉬움과 함께, 그는 아직 LG배에서 우승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 기사들은 이번 대회에서 6명이 8강에 올랐다. 한국 바둑의 저력을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이제 8강은 한·중전 두 판과 한·한전 두 판으로 나뉘어, 또 한 번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지현 9단이 중국 딩하오 9단과 맞서고, 박정환 9단과 변상일 9단, 원성진 9단과 신민준 9단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미 한국은 4강 두 자리를 확보했다. 이제 남은 두 자리 향방은 한상조와 커제 대결을 포함한 한·중전 결과가 가늠한다.
바둑판이 놓인 갯벌박물관은 결전의 무대가 될 것이다. 8강전이 마무리된 후, 승자 4명은 추첨으로 준결승 대진을 결정한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인 10월 2일, 같은 장소에서 4강 막이 오를 예정이다. 결승은 2025년 1월 겨울 속에서, 3번기 승부로 최후의 주인을 가린다.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 3시간의 제한시간, 40초의 초읽기 5회는 대국자들 숨소리마저 조율할 것이다. 거침없이 자신을 던지는 한상조의 돌이 과연 커제의 견고한 방어를 뚫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한다. 바둑판 위에 펼쳐질 그 한 수 한 수가 서사시가 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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